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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분양계약서 '추후 통보' 문구, 입주예정일 임의 변경 권한 아니다

서울고등법원 2022나2037081 판결(대법원 2023다273770 확정)의 5가지 핵심 법리

박휘영 변호사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공정에 따라 다소 변경될 수 있으며 추후 개별 통보한다'는 문구가 기재된 경우를 자주 보셨을 것입니다. 시행사 측은 이 문구를 근거로 입주예정일이 지연되어도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배척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 7. 21. 선고 2022나2037081 판결은 이후 대법원 2023다273770 판결로 확정되어, 동일한 유형의 분양계약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이 판결이 제시한 5가지 핵심 법리를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대표변호사

 

법리 ① '추후 통보' 문구는 통보의무 규정일 뿐, 임의 변경권이 아니다
분양계약서에 '공정에 따라 다소 변경될 경우 추후 개별 통보한다'는 문구가 있더라도, 법원은 이를 입주예정일이 변경되는 경우 시행사가 수분양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통보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즉, 이 문구는 시행사가 사업진행 상황이나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를 이유로 입주예정일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임의 변경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수분양자는 분양계약 체결 당시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정된 입주 시기를 기준으로 기존 주거 처분이나 이사 준비, 자금 계획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만약 시행사가 이 문구만을 근거로 입주예정일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수분양자가 계약 체결 당시 신뢰한 핵심적인 계약 조건이 사실상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러한 해석은 매우 타당합니다.

 

법리 ② 지체상금 조항의 계약 구조상 시행사에게 이행기 기산점 변경권은 없다
계약서 제5조 제3항은 '시행사가 계약서에서 정한 입주예정기간에 입주를 시키지 못하는 경우, 이미 납부한 대금에 대하여 지체상금을 지급하거나 잔여 대금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계약 구조에 비추어, '공정에 따른 입주예정일 변경 시 시행사가 추후 개별 통보'한다는 규정을 '입주예정일이 변경되는 경우 시행사가 그 변경 전까지의 지체상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이 사건 계약은 시행사에게 지체상금 지급의무의 기산 시점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입니다. 이는 실무상 매우 중요한 판단으로, 시행사가 준공 후 사용승인을 지연 취득하거나 입주지정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지체상금 기산일을 임의로 조정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리 ③ 수분양자의 대금 납부기일은 확정이행기 — 시행사 이행기만 유동적으로 보면 대가 불균형
이 사건 계약은 수분양자들의 2차 중도금, 각 중도금 및 잔금 납부기일을 확정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수분양자들이 납부를 지연하는 경우에는 연 15%의 연체이율을 적용한 연체금을 가산하여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계약은 수분양자의 대금 지급의무 이행기와 시행사의 인도의무 이행기를 서로 대응하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는데, 만약 시행사의 인도의무 이행기만이 유동적 불확정기한이거나 시공사의 공정 상황에 따라 시행사가 임의로 연장 가능하다고 해석하면, 수분양자만이 확정이행기에 따른 일방적인 지체책임을 부담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쌍무계약의 기본적 특성인 대가적 균형의 관점에서, 수분양자에게는 엄격한 확정이행기를 부과하면서 시행사의 이행기는 사실상 무한정 유연하게 해석하는 것은 계약의 본질에 반한다는 취지의 이 판시는, 수분양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법리입니다.

 

법리 ④ 관리비·비용 부담도 입주예정일 기준 — 시행사의 일방 조정 불가
계약서 제16조 제3, 4항은 수분양자들이 입주지정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관리비를 부담하고, 입주가 지연될 경우 그 기간 중 납부한 중도금 및 잔금을 입주 이후에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 역시 시행사가 입주예정일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즉, 관리비 부담 기준일이나 잔금 납부 조정도 모두 계약서에서 정해진 입주지정기간이라는 확정된 기준점을 토대로 작동하는 것이지, 시행사가 임의로 그 기준점을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된 조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법리는 관리비 절약 목적이나 금융 비용 경감 등을 이유로 입주 시기를 실질적으로 앞당기거나 늦추면서 계약상 의무를 회피하려는 시행사의 시도가 계약서의 어느 조항을 통해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법리 ⑤ 지체상금 감액 — 인정 요건 엄격, 수분양자의 소송·집회 활동은 면책 사유 아니다
시행사 측은 수분양자들이 고의로 입주를 방해하거나, 소송 제기 및 집회 등 집단행동을 통해 입주를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지체상금 지급의무가 없거나 상당 부분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수분양자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하거나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원고들이 해당 소송 제기나 집회를 주도하였거나 그에 주도적으로 가담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면책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또한 수분양자들이 집단행동을 한 배경에는 입주 지연으로 인한 피해, 공사 미시공·변경시공 문제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고, 수분양자들의 활동이 건물 공사를 실질적으로 중단시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지체상금의 감액 비율에 관하여도, 연 15%의 지체상금률 자체는 부당하지 않으며, 일부 원고들(G, H, I, J)에 대해서는 30%,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는 20%의 범위에서 피고의 지체상금 지급의무를 일부 제한하는 데 그쳤습니다.

 

맺음말
이 사건 판결은 분양계약서에 흔히 등장하는 '추후 통보' 문구, '공정에 따른 변경' 문구 등이 시행사에게 입주예정일을 일방적으로 조정하거나 지체상금 의무를 면하게 해 주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대법원 확정판결로 명확히 확인한 사례입니다.
분양대금 반환 청구나 지체상금 청구를 검토하고 계신 수분양자분들, 또는 유사한 계약 분쟁에서 법적 판단이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이 판결의 법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법적 검토가 필요하신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판단을 받아보시기 권해 드립니다.

 

박휘영 변호사는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로, 분양계약 분쟁·집합건물 관리·재건축·재개발·토지수용보상 등을 전문으로 하며, 현재 관련 분야에서 100건 이상의 집단·다수 소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4.23 08:08 수정 2026.04.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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