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요충지를 둘러싼 이란의 의도는 무엇인가?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란이 이 해협에 대한 독점적 통제권을 주장하며 새로운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해협에서 벌어지는 이란의 움직임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지난 2026년 4월 20일, 이란 의회의 국가안보·외교정책 위원회 위원장 이브라힘 아지지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권을 '이란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표현하며, 통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안은 이란 헌법 제110조를 근거로 하며, 이란 군대가 이를 직접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지지 위원장의 발언은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의 통행 허가권을 자국이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국제 해상 교통의 자유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폭 약 33km의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의 약 21%가 이곳을 통과합니다.
광고
하루 평균 약 2,1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지나가며, 이는 전 세계 원유 거래의 약 30%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입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이란의 통제권 주장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말부터 이란이 해협을 통한 대부분의 운송을 중단하자 국제 유가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물리적 통로를 넘어 세계 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만약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거나 통행을 제한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심각한 혼란에 빠질 것이며, 이는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 증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 의존국들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광고
그러나 이란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경제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미국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목표로 한 지정학적 전략의 핵심 요소로 보입니다. 2026년 4월 13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국-이란 휴전 회담이 결렬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이란은 미국 구축함의 해협 통과를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양국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쟁점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파장
이브라힘 아지지 위원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적에 맞서기 위한 이란의 자산 중 하나'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이란이 해협을 단순한 영토가 아니라 외교적 협상 카드이자 대미 장기적 억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테헤란대학교 소속 연구자인 모함마드 에슬라미는 '전쟁 후 이란의 최우선 순위는 억제력을 회복하는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주요 전략적 레버리지 중 하나'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또한 이란 정부가 다른 국가들이 이란의 새로운 해협 체계에서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논의할 용의는 있지만, 통제권 자체는 협상 불가능한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광고
이란의 이러한 주장은 국제법적 관점에서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1982년 채택된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에서의 통과통항권(right of transit passage)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처럼 국제 항행에 필수적인 해협을 연안국이 일방적으로 폐쇄하거나 통행을 제한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특정 국가가 국제 무역의 핵심 통로를 독점적으로 통제할 경우, 이는 자유 무역 질서와 해상 항행의 자유라는 국제 사회의 기본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입니다. 주변 페르시아만 국가들 역시 이란의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은 자국의 원유 수출이 이란의 일방적 결정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의 통제권 주장을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광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 또한 이란의 행위가 국제 해상 교통의 자유를 침해하고 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비판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의 주권적 권리와 안보를 강조하며 통제권 주장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란의 시각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자국 영해의 일부이며, 미국을 포함한 외세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방어 수단입니다. 특히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하고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해협 통제는 이란이 가진 몇 안 되는 전략적 카드 중 하나라는 입장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던져진 질문
이러한 논란 속에서 일각에서는 이란의 주장에 전부 동의하지 않더라도, 주권 국가로서의 권리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에 대해서도 국제 해상법과 지역 안정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만약 이란의 선례가 인정될 경우, 다른 전략적 해협을 끼고 있는 국가들도 유사한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세계 해상 무역 체계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광고
말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등 주요 해상 통로마다 연안국이 독점적 통제권을 주장한다면, 글로벌 무역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마비될 수 있습니다. 이란의 권리 주장과 통제권 강화는 에너지와 정치를 넘어 국제 무역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입니다. 한국의 경우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 이란, 그리고 여타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동시에 에너지원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여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란과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한편,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다자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군사적 대치와 일방적 조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며, 결국 모든 당사국에게 손해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란 역시 국제 사회와의 협력 없이는 경제 재건과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의 행동은 단순히 한 지역의 분쟁을 넘어, 국제 정치와 경제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해협을 중심으로 한 긴장 속에서 세계는 에너지 안보와 국제법 준수, 지역 갈등 관리라는 다층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이 상호 의존적인 세계에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어떤 외교적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대화와 협력, 그리고 법치주의에 기반한 국제 질서의 회복이 그 해답이 될 것입니다. 이제 그 답을 실천으로 옮길 때입니다.
박지영 기자
광고
[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