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씨가 말랐다 “납세증명서 싫으면 계약 안 한다” 임대인 우위 굳어졌다
다주택자 규제 여파로 서울 전세 매물 33% 급감 전셋값 6억 재돌파, 임차인 ‘을’로 밀렸다
수도권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며 임대차 권력의 추가 임대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 공급 위축과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세입자는 선택지를 잃고, 임대인은 조건을 고르는 구조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납세증명서를 요구하더라. 발급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계약을 접었다.” 경기 성남의 한 임대인은 최근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집주인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며 “세금 부담도 큰데 굳이 스트레스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잇따른다. 서울 마포의 또 다른 임대인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줄 알았는데 돌연 퇴거 의사를 밝혀 급히 전세를 내놓았다”며 “당일 계약이 끝났다. 전세 품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송파의 한 임대인은 “아이와 반려동물이 없는 신혼부부로 임차인을 제한했다”며 “지원자가 줄을 서는 상황이라 조건을 선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공급 감소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316건으로, 연초 대비 33.6% 줄었다. 매물이 빠르게 사라진 배경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와 규제가 자리한다. 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도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 공급이 위축됐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 강화까지 겹쳤다.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더 줄었다. 결과적으로 매물을 늘리겠다는 정책 의도와 달리 임대차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라는 역설이 나타났다.
공급 축소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149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6억원을 넘어선 것은 약 3년 4개월 만이다.
현장의 체감은 더 직접적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출이 끼어 있는 물건은 기피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선택지가 없어 계약이 즉시 이뤄진다”고 전했다. 마포구 중개업소 관계자도 “전세를 찾던 수요가 결국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며 “보증금은 유지하고 월세를 추가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을 ‘균형 붕괴’ 상태로 진단한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임대인이 사실상 ‘선별권’을 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납세 증명 요구와 같은 정당한 권리 행사조차 거부되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 규제의 취지는 분명하지만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서민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주거 불안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정책 속도 조절이 병행돼야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