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왜 1번 타자로 나설까? MLB의 실리주의와 KBO의 상징주의
현역 야구 선수 중 단연 최고로 꼽히는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최근 주로 리드오프(1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다. 오타니가 선발 투수로 등판하지 않을 때는 지명타자를 맡아 수비 부담이 적고, 발이 빠르며 출루율이 높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가 1번에 배치된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에게 경기 중 가장 많은 타석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이미 '강한 2번'을 넘어 '최강의 1번' 배치라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간판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나 필라델피아의 홈런 타자 카일 슈와버가 리드오프로 나서 홈런 기록을 써 내려가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KBO 리그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여전히 팀의 간판 타자는 '4번 타자'라는 상징적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라인업만 보더라도 양의지(두산), 노시환(한화), 한동희(롯데), 김도영(KIA) 등 각 팀을 대표하는 타자들이 대부분 4번을 맡고 있다. 물론 1, 2, 3번 타자가 출루한 뒤 4번 타자가 장타를 터뜨려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운이 나쁘면 4번 타자는 두 번째 타석을 5회가 되어서야 맞이할 수도 있다. 반면 1, 2번 타자는 빠르면 2~3회, 늦어도 4회에는 무조건 두 번째 타석을 갖는 실리적인 이점이 있다.
리드오프 갈증의 사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최근 몇 년간 1번 타자 자리를 두고 고심해 온 한화 이글스의 사례는 KBO의 라인업 구성이 얼마나 틀에 박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한화는 페라자, 문현빈, 노시환, 강백호, 채은성으로 이어지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중심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이러한 좋은 자원들을 두고 여전히 '정통파 1번 타자'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26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맹활약하며 기대를 모았던 신인 오재원이 최근 부진으로 라인업에서 자취를 감췄고, 뒤이어 이원석이 좋은 성적을 내는 듯했으나 지난 23일 경기에서는 2군에서 올라온 황영묵이 1번 타자로 등장했다. 이는 한화가 아직도 리드오프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사실 '1번 타자는 꼭 발이 빠르고 출루를 잘해야 하는 교타자'라는 생각의 틀만 벗어나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좋은 타자들이 타순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하기보다, 그들을 전면에 배치해 타석 수를 늘리고 하위 타선에서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새로운 타자들을 기용하는 데 있어서도 부담이 훨씬 적을 것이다.
야구 강국들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기량 향상만큼이나 4번 타자라는 상징성에 묶인 고정관념을 깨는 전략적인 유연함이 절실하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KBO의 젊은 감독들이 기존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데이터에 기반해 우리의 야구 판을 과감하게 바꿔나가길 기대해 본다.
상하위권 양극화 속 주말 3연전 돌입
주중 3연전을 거치며 KBO 리그는 어느덧 상·중·하위권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1위와 3위인 KT와 SSG가 나란히 스윕하며 3연승을 달렸고, 2위 LG 역시 한화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확보하며 선두권을 공고히 했다. 삼성은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4연패로 주춤했으나 4위 자리를 지켰고, 그 뒤를 5위 KIA와 공동 6위 그룹인 한화, NC, 두산이 바짝 뒤쫓고 있다. 반면 9위 롯데와 최하위 키움은 3할 승률에 머물며 고전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오늘(24일)부터 시작되는 주말 3연전은 순위 싸움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먼저 잠실에서는 LG와 두산의 숙명의 라이벌전이 펼쳐지며, 대전에서는 공동 6위인 한화와 NC가 중위권 탈출을 위한 치열한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광주와 고척에서는 각각 KIA와 롯데, 키움과 삼성이 만나 하위권 팀들의 반등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며, 인천에서는 상승세의 SSG와 선두 KT가 격돌해 이번 주말 최고의 빅매치를 선사할 예정이다.

사진 =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