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 라이더가 사고를 당했다. 플랫폼은 말한다. "우리는 고용주가 아닙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말한다.
"가맹점주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하청 노동자가 최저임금도 못 받았지만 원청은 말한다. "우리는 계약 관계일 뿐입니다." 이 익숙한 장면은 한국만의 풍경이 아니다.
2026년 4월 22일, 미국 노동부(DOL, Department of Labor)가 '공동 사용자(Joint Employer)' 지위를 결정하는 새로운 4단계 테스트를 공식 제안한 배경에는 바로 이 구조적 책임 회피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깔려 있다. 미국 노동부가 제안한 이번 규정의 핵심은 단순하다. 두 개 이상의 기업이 한 노동자의 근로 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그 기업들은 임금·근로시간 위반에 대해 공동으로, 그리고 각자 개별적으로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설리번 & 크롬웰(Sullivan & Cromwell LLP)이 2026년 4월 29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이 규정은 공정근로기준법(FLSA, Fair Labor Standards Act), 가족의료휴가법(FMLA, Family and Medical Leave Act), 이주 및 계절 농업 근로자 보호법(MSPA, Migrant and Seasonal Agricultural Worker Protection Act) 등 세 개의 핵심 연방 노동법에 동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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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행정 규정 하나의 변경이 아니라, 미국 노동법 전반의 책임 귀속 원칙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다. 이번 규정 제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역사적 맥락을 짚어야 한다. 2020년 당시 DOL은 공동 사용자 범위를 상당히 좁게 설정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그러나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이 규정을 폐기했다. 이후 몇 년간 공동 사용자 판단 기준은 법원의 판례에 따라 파편화된 채로 운용되었고, 기업과 노동자 모두 혼란을 겪었다.
2026년 4월의 새 제안은 바로 이 혼란을 정리하는 동시에, 폐기된 2020년 규정의 일부 요소를 법원의 해석 기준과 조화롭게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은 2026년 6월 2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최종 규정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왜 지금, 왜 이 규정인가. 그 답은 미국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에 있다. 아웃소싱(outsourcing), 프랜차이즈(franchise), 인력 파견, 플랫폼 노동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고용주'의 경계가 점점 흐려졌다.
어떤 기업이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의 근무 일정, 업무 방식, 보수 체계를 좌우하면서도 계약서 한 장을 방패 삼아 법적 책임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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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테스트는 이 방패를 걷어낸다. 계약서상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통제력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공동 사용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규정이 최종 채택될 경우, 연방 차원에서 임금 및 근로시간 법률 집행의 명확성과 통일성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논의는 한국 사회에 무겁고도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내 노동 현장에서 보고된 이른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사례는 이미 다양한 경로로 기록되어 있다.
대형 물류 센터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는 원청의 작업 지시를 그대로 따르면서도 산재가 발생하면 '하청 소속'이라는 이유로 원청의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배달 플랫폼 라이더는 알고리즘이 배달 구역, 건당 수수료, 배차 우선순위를 사실상 결정하지만 플랫폼은 '독립 계약자'라는 분류로 고용주 책임을 회피한다.
한국의 현행 근로기준법과 파견근로자 보호법은 이러한 실질적 통제 관계를 포착하는 데 한계를 보여왔다. 물론 기업계의 반론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공동 사용자 책임 범위를 확대하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외주나 프랜차이즈 계약 자체를 꺼리게 되어 오히려 고용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의 근로 조건까지 법적 책임을 진다면,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를 줄이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재편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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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반론은 논리의 전제를 잘못 설정하고 있다. 문제는 책임의 '추가'가 아니라 책임의 '귀속'이다. 사실상 통제권을 행사하면서 이익을 가져간 기업이 리스크만 하청에 전가해온 구조 자체가 애초에 공정하지 않았다.
책임 범위의 명확화는 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익과 책임의 비대칭을 바로잡는 일이다. 미국 노동부가 법원의 해석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정비한 것도 이 원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 흐름을 단순한 미국 행정 규정 변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미 국내 법원도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원청의 사용자 책임 등을 둘러싼 소송에서 실질적 지휘·감독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 판결을 여럿 내렸다. 그러나 법원 판결이 개별 사건에 그치는 사이, 입법적 공백은 간접고용·플랫폼 노동자 다수의 권리를 계속해서 유보 상태에 놓는다.
미국의 4단계 테스트처럼, 실질적 통제력을 기준으로 공동 사용자 책임을 판단하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한국도 입법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논거가 여기서 나온다. 다만 미국의 경우도 주(State) 법률이 연방 기준보다 더 광범위한 책임을 요구할 수 있어 기업들이 주별 규정을 별도로 살펴야 한다는 점은, 한국 역시 지방자치단체별 조례와 노동 정책의 편차 문제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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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문제는 제도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회적 가치의 문제다. 한 사람의 노동에서 이익을 거두는 주체가 그 노동의 안전과 권리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는 원칙은 어느 사회에서나 자명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십 년간 '계약의 자유'와 '기업 경쟁력'이라는 이름 아래 그 원칙은 예외로 취급되어 왔다.
미국 노동부의 4단계 테스트 제안은, 그 예외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한국에서도 원청·플랫폼·프랜차이즈 본사가 이익만 챙기고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가장 약한 고리인 현장의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배달 앱, 편의점 프랜차이즈, 택배 서비스의 노동자가 업무 중 부상을 입었을 때 그 책임이 어디까지 미쳐야 하는지는, 법률 조문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답해야 할 질문이다. Q.
미국 노동부의 '공동 사용자(Joint Employer)' 규정 제안이란 무엇인가. A. 2026년 4월 22일 미국 노동부가 제안한 이 규정은 두 개 이상의 기업이 한 노동자의 근로 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임금·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공동으로 지도록 하는 4단계 판단 기준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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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근로기준법(FLSA), 가족의료휴가법(FMLA), 이주 및 계절 농업 근로자 보호법(MSPA) 세 법률에 동시 적용되며, 2026년 6월 22일까지 공개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채택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Q. 이 미국 규정이 한국 노동자·기업과 무슨 관계가 있나.
A.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한국의 원청-하청, 플랫폼-라이더,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구조에서 유사한 책임 회피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 입법적 시사점이 크다. 미국의 사례는 실질적 통제력을 기준으로 고용 책임을 판단하는 명확한 법적 기준의 필요성을 한국 사회에도 환기시키는 참조점이 된다.
Q. 공동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면 기업이 오히려 외주·프랜차이즈를 꺼리게 되지 않나.
A. 기업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며 이익을 가져가는 기업이 리스크만 하청에 전가하는 구조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익과 책임의 비대칭을 바로잡는 것이 장기적으로 노동 시장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이번 규정 제안의 핵심 논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