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잔 가시를 품은 눈부신 계절
일 년 중 가장 찬란한 햇살이 내리쬐는 5월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느슨하면서 가장 팽팽한 마음의 줄타기를 하게 만드는 달이다. 세상은 온통 푸른빛으로 '가정의 달'을 축하하지만, 그 축제의 소란함 뒤편에는 차마 다 뱉지 못한 회한과 콧날 시큰한 그리움이 잔 가시처럼 박혀 있다.
눈빛으로 건너는 강
5월은 부모라는 이름을 가장 떳떳하게 부를 수 있는 시간이다.
산천의 초목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화창한 날씨 속에서 우리는 부모님의 곁에 머물며 말보다
깊은 눈빛으로 마음을 나눈다.
역사 속의 5월은 누군가에게 잔혹한 계절이지만, 우리의 안방에서는 평화로운 밥 냄새와 웃음으로
흐른다.
그러나 그 평화의 밑바닥에는 늘 서러운 눈물이 고여 있다.
문득 떠 올리기만 해도 콧날이 시큰해지는 이름들 때문이다.

30년, 숨바꼭질 같은 부부의 세월
한 지붕 아래서 30년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같은 솥의 밥을 먹고, 같은 이불 아래 잠을 자고,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밥상을 마주하는 일, 말없이 화해하는 일상. 그것은 어쩌면 그림자를 쫓는 숨바꼭질 같은 세월이었다.
언제든 보따리를 싸 들고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말하지만, 그 말조차 결국 서로를
놓지 못한 시간의 다른 표현인지 모른다.
떠날 수 있을 만큼 가벼워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부딪히며 살아왔다는 뜻이기도 할 테니까.
부모라는 이름의 영원한 채무자
그럼에도 5월은 우리를 자꾸 후회하게 만든다.
자식에게 조금 더 따뜻했더라면, 조금 더 품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눈물주머니가 촉촉해진다. 몸이 부서져라 최선을 다했음에도 부모의 마음은 늘 "해준 것이 없다"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아무리 사랑을 쏟아도 공이 남지 않는 자리 어쩌면 그것이 부모라는 이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5월은 그런 달입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지만 가슴 한구석은 서늘한 달.
최선을 다해 사랑했지만 늘 미안함이 앞서는 달.
그러나 그 '콧날 시큰함'과 '미안함'이야말로 우리가 얼마나
진심으로 살아왔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고귀한 훈장일지 모른다.
잔 가시는 아픔을 남기지만, 동시에 우리가 아직도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만큼은 그 미안함을 잠시 내려놓고, 눈부신 5월의 햇살속에 자신의 수고로움을 조용히 기대어 보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