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정상회담서 "불과 물처럼 양립 불가"… 환대 속 날 선 한마디
만찬장의 샹들리에 불빛은 따뜻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건넨 한마디는 서늘했다.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주 앉은 두 정상의 회담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가 적절히 다뤄지지 않으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으며, 이는 양국 관계를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의장대와 어린이들의 환영 깃발이 펄럭이는 화려한 의전 뒤에 감춰진, 가장 분명한 '레드라인' 선언이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이후 약 9년 만이다. 지난해 양국은 100%를 넘나드는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의 벼랑 끝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휴전에 이르렀다. 그 위태로운 평화의 끈을 다시 단단히 묶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계 주요 인사들을 대거 대동하고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중국이 회담의 첫 화두로 꺼내 든 것은 무역도, 이란 문제도 아닌 대만이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그는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는 불과 물처럼 양립할 수 없다며, 미국이 이 문제를 다루는데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양국의 가장 큰 ‘공통 분모’라는 표현으로 협력의 여지도 함께 남겼다. 회담은 약 2시간 15분간 비공개로 진행됐고, 백악관은 이를 좋은 회담이라 평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회담 후 대만을 논의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전 세계가 주목한 가장 큰 정상회담"이라 부르며,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양국 관계를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화답했고, 오는 9월 24일 시 주석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시 주석 역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향후 3년 이상을 내다보는 전략적 로드맵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베이징 톈탄을 함께 거닐고 국빈 만찬을 나눴으며, 중동과 우크라이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유지와 APEC·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상호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시 주석, '투키디데스의 함정' 언급
이날 회담에서 배석한 한 관계자는 시 주석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했다고 전한다. 여기에서 시 주석이 언급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패권국을 위협할 때, 그 구조적 긴장이 결국 전쟁으로 귀결되는 경향을 가리키는 국제정치학 개념이다. 이는 한 나라가 빠르게 강해지고 다른 나라가 그 추격에 두려움을 느낄 때, 양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충돌로 떠밀려 가게 되는 위험한 역학을 일컫는다. 참고로, 투키디데스(기원전 460년경~400년경)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이자 장군이다. 그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맞붙은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년~404년)을 직접 겪고 기록한 인물로, 그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서양 역사 서술과 국제정치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다시 말하면, 떠오르는 강국과 기존 패권국이 끝내 전쟁으로 치닫고 마는 역사의 오랜 비극. 그 함정을 피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 베이징의 만찬 식탁 위에 조용히 놓였다.
나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외교라는 것이 결국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서로의 가장 아픈 자리를 알면서도 그 자리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는, 절제의 기술이다. 두 거인이 악수하고 미소 짓는 그 짧은 순간에도,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수많은 보통 사람의 평범한 내일이 달려 있다. 환대의 깃발과 경고의 언어가 한 식탁에서 공존한 이날,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말은 쉽고 신뢰는 더디다. 평화는 선언문에 적히는 것이 아니라, 그 선언을 지켜내는 오랜 인내 속에서만 비로소 자라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