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정치사의 한 페이지가 다시 넘어가고 있다. 2026년 5월 20일, 예루살렘 크네셋 의사당. 네타냐후 총리, 카츠 국방부 장관,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 데리 의원이 본회의장 자리를 비운 채, 그의 정치 운명을 뒤흔드는 한 장의 표결이 통과되고 만다. 의회 자진 해산 법안 예비 독회, 찬성 110, 반대 0. 가자(Gaza) 전쟁의 그림자, 이란과의 전운, 인질 가족들의 절규, 그리고 초정통파(하레디) 진영의 반란까지—세 겹 네 겹으로 쌓이던 균열이 마침내 한순간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단 한 장의 표결지에 한 민족의 영혼이 들썩이고 있다.
'하레디 징집 면제법'이라는 도화선
이번 사태의 뿌리는 한 장의 법안에서 출발한다. 통칭 '하레디 징집 면제법'—초정통파 유대인 예시바(Yeshiva, 토라 학당) 학생들의 군 복무 면제를 법제화하려는 시도이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2024년 6월, 수십 년간 묵인되어 온 약 8만 명에 달하는 하레디 청년의 면제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다민족·다종교 모자이크 사회 이스라엘을 지탱해 온 오랜 묵계가 사법부 한 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연정의 한 축인 토라교 연합(UTJ)과 샤스(Shas) 등 하레디 정당에 이 면제권은 '신앙의 마지노선'이다. 네타냐후가 면제 법안 통과를 거듭 약속하고도 표결을 미루자, 두 거대 하레디 정당은 이달 초 결국 연정에서 등을 돌렸다. 그 빈자리가 부메랑이 되어, 의회 해산이라는 형식으로 그의 책상 위에 돌아온 셈이다.
의장석을 비운 총리, 등 돌린 동지들
이날 표결은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연정 원내총무 오피르 카츠 의원이 직접 해산안을 제출했고, 위원회 심의와 세 차례 본 독회를 더 거쳐야 효력을 발휘한다. 오랜 적수였던 야권 의원들이 같은 안에 손을 들어 올린다. 네타냐후는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표결 직후, 2022년 정계 은퇴 이후 처음으로 의사당을 찾은 전직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는 징집 기피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고, 베네트는 의사당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열며 위대한 교정의 길이 시작되었다고 밝힌다. 좌파 성향 민주당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 정부의 끝이 시작되었다고 환호한다. 한 정권의 종언을 알리는 종소리가, 지지자들이 아닌 한때 동료들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흔들리는 여론, 좁아지는 출구
같은 시기에 발표된 이스라엘 채널12 여론조사는 또 다른 균열을 비춘다. 한때 32석을 누리던 네타냐후의 리쿠드는 25석까지 곤두박질쳤고, 한 주 전 27석에서 다시 두 자리를 잃었다. 베네트의 신당이 22석으로 약진해 제2당에 올랐고, 전직 합참의장 가디 아이젠코트(Gadi Eisenkot)의 '야샤르(Yashar)' 당이 13석을 얻는다. 그러나 결과는 묘하다. 야권 진영 합계 60석, 여권 50석—두 진영 어느 쪽도 단독 과반 61석에 닿지 못한다. 아랍계 두 정당(하다시-타알·라암)이 각각 5석을 가져가, 그들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정부를 세울 수 없게 된다. 9월의 조기 총선이냐, 10월 27일 임기 만료 정기 총선이냐—네타냐후는 9월 일정은 우파 진영의 승산을 위태롭게 한다며 가능한 한 늦추려 한다. 예루살렘의 시계 초침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권력의 황혼에서 보이는 것
나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한 가지를 가슴에 새겼다. 한 권력의 황혼은 언제나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균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금 흔들리는 건 한 사람의 의자가 아니다. 전쟁과 신앙, 안보와 양심, 다수와 소수 사이에서 길을 잃어 가는 한 사회의 영혼이다. 의회의 표결 한 장은 끝났지만, 한 민족의 질문은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누구를 다시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회로 함께 살아갈 것인가. 광야의 끝자락에서, 다시 광야의 입구에 선 그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이 나그네의 마음 또한, 절대 가볍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