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20일,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사회관계망 X에 올린 한 문장이 페르시아만의 시간을 멈춰 세웠다. "이란은 약속을 지켜 왔고 전쟁을 피할 모든 길을 모색해 왔으며, 모든 통로는 우리 쪽에서 열려 있다"라는 이 문장은, 곧이어 강압을 통한 굴복 강요는 환상에 불과하며, 상호 존중에 기반한 외교가 전쟁보다 훨씬 현명하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하다는 단호한 선언으로 이어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이란이 미국의 평화 제안에 100%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강력한 군사 타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합동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살되며 점화된 이 전쟁은 석 달이 흐른 지금, 외교의 좁은 문과 전면전의 거대한 그림자 사이에 멈춰 서 있다. 페르시아의 자존(自尊)과 워싱턴의 위세, 그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역사의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는가.
한 발의 폭격이 무너뜨린 균형
전쟁의 도화선이 당겨진 시점은 2026년 2월 28일 새벽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합동 공습을 감행했고, 이 공격 과정에서 이슬람 혁명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이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목숨을 잃었다. 한 나라의 정신적 지주가 외세의 폭격으로 사라진 사건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었다. 1979년 이슬람 공화국 수립 이래 가장 충격적인 단절이자, 중동 지각판이 통째로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이란은 잠시 침묵한 뒤 미사일과 무인기로 이스라엘과 걸프 일대의 미국 자산에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적성국 선박에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페르시아만의 좁은 물길이 세계 경제의 숨통을 쥔다는 오랜 명제가, 다시 한번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증명된 셈이다.
'굴복' vs '외교', 두 권력의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8일 트루스소셜에서 다음날 예정된 이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카타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군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아랍에미리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잇따라 '잠시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튿날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이 공격 결정으로부터 단지 한 시간 떨어져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란의 회신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고, 휴전이 '생명 유지 장치 위에 있다'라고까지 표현했다. 페제시키안의 응답은 정확히 그 지점에서 갈라진다. 그가 내건 협상 조건은 분명하다. 전 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불법 해상 봉쇄 해제, 위법한 제재의 철폐가 충족되지 않는 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무릎 꿇은 평화가 아니라, 상호 존중의 외교라는 것이다.
아슈도드 항구의 굴욕과 베이루트의 비명
같은 5월 20일, 이스라엘 아슈도드 항에서는 또 다른 충격이 세계를 흔들었다.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나포된 가자 인도주의 지원 선단의 활동가 약 430명이 손목을 뒤로 묶인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무릎 꿇려졌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거대한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기서 우리가 책임자다"라고 히브리어로 외치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에 게재했고, 즉각 국제적 공분이 폭발했다. 이탈리아·프랑스·네덜란드·캐나다 등 여러 나라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잇달아 불러들였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마저 이례적으로 자신이 임명한 각료를 공개 질책했다. 한편, 베이루트에서 들려온 통계는 더 깊은 침묵을 강요한다. 레바논 보건부는 3월 이후 이스라엘 공습으로 자국민 3,073명이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숫자 한자리, 한 자리가 식탁을 잃은 가정이고, 학교에서 돌아오지 못한 어린이의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