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종종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누구는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고 하고, 또 누구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주는 것일까, 아니면 받는 것일까?
스트레스와 관련된 용어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의 전 과정을 의미하는 스트레스(Stress)가 있고, 이를 구분하자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나 사건을 의미하는 스트레서(Stressor),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받는 상태를 의미하는 스트레인(Strain)이 있다.
한때 미국에서는 스트레스 요인을 확인하여 향후 건강 상태를 예측하려는 목적으로 ‘사회재적응척도(Social Readjustment Rating Scale)’가 개발되었다.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에 이를 번역하고 표준화하여 활용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건들이다. 예를 들면 부모의 죽음, 이혼, 실직과 같은 일들인데, 이를 ‘주요 생활사건(Major Life Events)’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건을 많이 경험할수록 다음 해에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당시 주요 생활사건의 순위를 매긴 목록을 보면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배우자의 죽음, 이혼, 부부 별거 순으로 충격이 큰 사건으로 나타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자녀의 죽음, 배우자의 죽음, 부모의 죽음 순으로 조사되었다.
미국은 부부 중심의 개인주의 문화가 강해 배우자의 죽음과 이혼을 인생 최대의 충격으로 꼽은 반면, 우리는 전통적인 가족주의와 내리사랑의 정서가 강해 자녀의 죽음을 배우자의 상실보다 더 큰 고통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현재에도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에는 객관적인 사건의 발생 자체보다 개인이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평가 방식도 사건의 종류를 묻는 것에서 나아가, 그 사건으로 인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그런데 주요 생활사건을 많이 경험할수록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라자루스(Lazarus) 연구팀은 크고 드문 주요 생활사건이 개인의 적응 에너지를 고갈시켜 질병을 유발한다는 기존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들은 특별한 주요 생활사건을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라자루스 연구팀은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좌절과 짜증이 인간의 안녕(Well-being)과 건강에 더욱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일상의 짜증거리(Daily Hassles)’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다.
대표적인 예로는 출퇴근길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이나 만원 지하철, 층간소음, 까다로운 상사나 동료와의 반복적인 마찰, 끝없는 집안일과 육아, 마트에서의 긴 대기 줄 등을 들 수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매일 반복되면 개인의 심리적·신체적 자원을 조금씩 갉아먹게 된다. 결국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만성 피로나 번아웃 증후군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큰 바위에 부딪혀 넘어지는 일, 즉 주요 생활사건은 드물지만, 신발 속 작은 모래알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짜증거리는 결국 발 전체에 상처를 내고 걷지 못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성세대는 엄청난 기술 발전과 생활환경, 그리고 직장 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변화 자체는 어느 세대에서나 존재하지만, 기성세대가 마주한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 결과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테크노 스트레스(Techno-stress)’라고 부른다. 테크노 스트레스는 새로운 컴퓨터 기술이나 정보통신기술(ICT)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술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압박감과 부적응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기술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포괄적이고 구조적인 압박감, 예를 들어 스마트폰 때문에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등을 포함한다.
앞서 설명한 스트레스 개념과 유사하게 ‘기술의 짜증거리(Techno-hassles)’도 존재한다.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끊기는 와이파이(Wi-Fi), 업무 집중을 방해하는 끊임없는 스팸 메일과 메신저 알림, 매장마다 조작법이 다른 키오스크, 보이스피싱에 대한 불안, 기억나지 않거나 주기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비밀번호, 인증번호가 오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는 상황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새로운 기술은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도 안겨다주었다. 시대가 변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모습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가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건강한 적응 방식을 찾아가는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