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시아만의 파도 위로 다시 유조선의 뱃고동이 울릴 채비를 한다. 미국과 이란이 석 달 넘게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고, 세계 경제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로 했다. 두 나라 당국자는 현지 시각 월요일 새벽 무렵, 전쟁을 끝낼 양해각서(MOU)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름이 흐르게 하라"는 한마디로 봉쇄 해제를 선언한다. 하지만 평화의 서명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베이루트 상공에서는 또 다른 폭음이 터진다. 멈춘 총성과 멈추지 않은 불씨가 한 화면에 겹친다. 이 위태로운 평화는 과연 어디로 향하는가.
이 전쟁의 시계는 2026년 2월 28일에 멈췄다가 다시 돌기 시작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날 이란을 겨냥한 공습으로 전쟁의 막을 올렸고, 이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다. 2025년 6월 '12일 전쟁' 이후 가까스로 유지되던 휴전이 바로 그날 만료되면서, 중동은 다시 화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100일을 넘긴 이 전쟁은 레바논으로까지 번지며 지역 전체를 뒤흔든다.
출구는 외교의 손길에서 열린다. 중재는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맡았고, 합의 사실을 먼저 세상에 알린 쪽도 중재국이다. 미국과 이란 당국자는 일요일, 전쟁을 끝낼 평화의 틀에 합의했다고 확인한다. 전장의 포성이 잦아든 자리를, 협상 테이블의 펜이 대신한다.
합의의 골자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며, 서명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영구적으로 통행료 없는" 바닷길로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핵심은 그다음에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이란 고위 당국자는 초안의 조건으로 미국이 동결된 이란 자산 250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풀고, 이란은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보유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한다. 이란은 최종 합의에 이를 때까지 우라늄 농축 확대나 핵시설 확장을 멈추는 '핵 현상 유지'를 약속한다. 서명 이후에는 테헤란의 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60일간의 협상이 시작된다.
주역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밴스 미 부통령은 이번 휴전이 중동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평가한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합의의 틀을 환영하면서도, 긴장을 키울 수 있는 언사와 도발을 삼가고 서명일까지 발생할 수 있는 파괴 공작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신속하고 온전한 이행을 촉구하며, 레바논의 주권 회복 노력을 향한 지지를 함께 밝힌다.
세계의 시선은 한 도시, 한 날짜에 멈춘다. 공식 서명식은 6월 19일 금요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양측은 전자 방식으로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며, 밴스 부통령이 참석을 계획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참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평화의 그늘에는 여전히 불씨가 남는다. 이스라엘은 합의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일요일 새벽 합의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도 베이루트에 공습을 감행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의 작전 자유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지만, 이란에 레바논의 휴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선이다. 이란은 워싱턴과 텔아비브를 향한 깊은 불신을 거두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음모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유지한다"는 테헤란의 한마디가, 이 합의의 살얼음판을 그대로 드러낸다.
멈춘 총성, 그러나 끝나지 않은 질문
총성은 멈췄다. 유조선은 다시 시동을 걸 준비를 한다. 그러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동결 자산이 실제로 풀릴 것인가, 핵 협상은 60일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베이루트의 하늘은 마침내 조용해질 것인가.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는 그 순간까지, 중동의 평화는 여전히 가정법으로 쓰인 문장에 머문다.
역사는 가르친다. 서명은 평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제네바의 테이블 위에 놓일 한 장의 문서가, 페르시아만 어부의 그물과 레바논 아이의 잠을 정말로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는 멈춘 총성에 안도해야 하는가, 아니면 멈추지 않은 불씨를 응시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