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탄소 포집 예산 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
미국 상원이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지원을 유지하고 핵심 세제 혜택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CCUS 프로젝트의 주요 인센티브인 45Q 세액 공제를 현행 톤당 최대 85달러(염수 지층 격리 기준)에서 120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 달리, 현 행정부가 2026년 대통령 예산안에서 CCUS 파일럿 및 시연 프로젝트 예산을 70억 달러 이상 삭감하는 안을 제출한 데 맞서 상원이 독자적인 지원 유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 정책 변화는 한국 철강·시멘트·정유 산업에도 직접적인 전략적 시사점을 던진다. 45Q 세액 공제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대폭 인상된 이후, 2026년부터는 인플레이션율에 연동해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현행 톤당 최대 85달러 수준은 에탄올 생산이나 천연가스 처리처럼 포집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철강·정유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에서는 탄소 저감 비용이 톤당 100달러를 웃도는 경우가 많아, 현행 공제만으로는 투자 유인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탄소 포집 기술 촉진 연합(Carbon Capture Coalition)도 이 점을 들어 45Q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상원은 45Q를 톤당 120달러로 끌어올려 차세대 CCUS 기술의 상업적 배포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동시에 상원 예산안에는 탄소 측정·모니터링·보고·검증(MMRV) 기술 개발에 400만 달러를 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스 연소 후 포집 기술에 2500만 달러, 석탄 및 가스 연소 전 포집 기술에 추가로 2500만 달러를 각각 할당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또한 상원은 해양 이산화탄소 제거 연구·개발에서 국립해양대기청(NOAA)과의 협력을 조율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
탄소 포집 기술과 세금 정책의 경제적 함의
이 같은 미국 내 정책 논의는 한국 산업계에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한국의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기업과 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등 국제 탄소 규제 압력을 받는 동시에, 국내 배출권거래제 아래 탄소 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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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45Q를 통해 CCUS 기술 단가를 낮추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성숙시키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 편입하거나 검증된 기술을 도입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특히 45Q 인상이 미국 내 포집 플랜트 증설로 이어지면, 관련 기자재 및 엔지니어링 수요가 늘어나 한국 제조업체에 수출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반면 비용 구조 측면에서 과제도 뚜렷하다.
미국처럼 세제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국 기업이 CCUS에 자발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 정부는 탄소 중립 기본법을 바탕으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CCUS에 특화된 세액 공제나 직접 보조금 제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45Q 모델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인센티브 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향후 국제 협력과 기술 혁신의 방향성
아울러 MMRV 기술 표준화 논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탄소 포집량의 정확한 측정·보고·검증은 크레딧 인정과 세제 혜택 적용의 전제 조건이다.
미국이 MMRV 표준을 선도적으로 구축하면, 이 표준이 국제 탄소 시장의 사실상 기준(de facto standard)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이 표준 제정 과정에 초기부터 참여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출 시 기술 검증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CCUS 기술 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상원이 행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 제안에도 불구하고 CCUS 지원을 고수하는 것 자체가, 탈탄소 기술에 대한 초당적 공감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다. 한국이 이 흐름에서 뒤처지면 철강·정유·시멘트 등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45Q 인상 논의를 단순한 미국 내정이 아닌, 한국 산업 전략 재편의 기폭제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FAQ
Q.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45Q 세액 공제 확대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나?
A. 미국 내 CCUS 프로젝트에 기자재·엔지니어링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이 가장 직접적인 활용 경로다. 45Q 인상으로 미국 내 포집 설비 수요가 늘면, 관련 압축기·배관·소재 등을 생산하는 한국 중공업 기업에 수출 기회가 열린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서 축적된 CCUS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설비 설계에 적용하여 초기 도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MMRV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 한국 표준연구원 및 에너지공단이 참여해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한 에너지 협력 채널을 통해 기술 이전 및 공동 연구 협약을 맺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Q. CCUS 기술이 한국 경제와 탄소 중립 목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A. 한국의 철강·시멘트·정유 업종은 공정상 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어려운 '난감축(hard-to-abate)' 분야로 분류된다. 이들 산업은 2030 NDC 목표 달성에서 핵심 변수인 만큼,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는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 용역 연구의 공통 결론이다. CCUS는 배출 자체를 줄이지 않고도 대기 중 탄소를 격리해 실질 배출량을 낮출 수 있어, 단기~중기 목표 달성의 완충재 역할을 한다. 다만 포집 비용이 높기 때문에 미국 45Q에 준하는 한국형 세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투자 유인이 생긴다.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면 관련 엔지니어링·운영 분야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Q. MMRV 기술 표준이 왜 중요하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MMRV(측정·모니터링·보고·검증)는 탄소 포집량을 신뢰성 있게 입증하는 체계로, 탄소 크레딧 인정과 세제 혜택 적용의 선결 조건이다. 미국이 400만 달러의 연방 예산을 투입해 MMRV 표준을 먼저 확립하면, 이 기준이 국제 탄소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이 이 표준에 맞춰 설비를 재설계하거나 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한국은 표준 제정 초기 단계부터 국제에너지기구(IEA)·NOAA 등의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이 독자적 MMRV 프로토콜 개발에 나서 협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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