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났는데도 세입자가 인테리어 비용과 시설비를 이유로 점포를 비워주지 않아 임대인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세입자는 투자한 비용을 돌려받을 때까지 점포를 점유할 수 있다며 유치권을 주장하지만 법원에서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상가를 소유한 A씨는 최근 계약이 종료된 점포를 반환받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세입자가 "영업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내부 공사와 시설 설치를 했다"며 투자금을 돌려받기 전에는 점포를 비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새 임차인과의 계약도 미뤄진 상황이다.
상가 임대차 분쟁에서 세입자들이 자주 내세우는 것이 유치권이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사람이 그 물건과 관련해 발생한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해당 물건을 계속 점유할 수 있는 권리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0일 "임차인이 점포에 투자한 비용을 이유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모든 시설비나 인테리어 비용이 유치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계약 내용과 비용의 성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법은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을 위해 사용한 필요비와 물건의 가치를 높인 유익비에 대해 일정한 요건 아래 임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요비는 누수 보수나 배관 수리처럼 건물을 유지·보존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을 말한다. 유익비는 건물의 객관적인 가치를 높이는 시설 설치나 개량 비용 등이 해당한다.
다만 세입자가 지출한 비용이 모두 필요비나 유익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카페 인테리어, 음식점 내부 공사, 업종 특성에 맞춘 시설물 등은 영업 편의를 위한 투자로 판단돼 상환 범위에서 제외되거나 일부만 인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실무에서는 계약서에 포함된 원상회복 조항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상가 임대차계약서에는 계약 종료 시 임차인이 점포를 원래 상태로 복구해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원은 이러한 약정이 있는 경우 임차인이 유익비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엄 변호사는 "원상회복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인테리어 비용을 이유로 한 유치권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며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들였다는 사정만으로 점포를 계속 점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증금이나 권리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점포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증금 반환청구권과 권리금은 점포 자체에 관해 발생한 채권으로 보기 어려워 유치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유치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채권과 점유 중인 물건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법률적으로는 이를 '견련관계'라고 한다. 보증금과 권리금은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한 권리일 뿐 점포 자체에서 발생한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유치권 성립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세입자가 유치권을 주장하며 점포를 비워주지 않을 경우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통해 점유 회복을 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원상회복 약정 여부와 비용의 성격, 유치권 성립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다만 임대인이 임의로 출입문 잠금장치를 교체하거나 세입자의 집기를 반출하는 방식의 자력구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비용을 이유로 점포 반환을 거부할 경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계약서와 관련 증거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유치권 주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명도소송을 통해 점포를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