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겪는 심리적 충격인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애완동물을 잃은 슬픔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가족 구성원을 상실했을 때와 유사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는 심리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은 더 이상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이자 친구, 정서적 동반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와 노년층, 중장년층에게 반려동물은 일상 속 가장 가까운 관계이자 심리적 지지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유대감이 깊어질수록 이별의 충격도 커진다. 실제로 펫로스증후군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감, 불면증, 식욕 저하, 무기력감, 집중력 저하 등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한 “조금만 더 잘 돌볼 걸 그랬다”는 죄책감과 자책으로 인해 오랜 기간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54) 씨는 15년 동안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극심한 상실감을 경험했다. 그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던 존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몇 달 동안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만 봐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펫로스증후군을 단순한 감정 과잉이나 일시적 우울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변성원 교수(안산대학교 간호학과)는 “반려동물은 보호자에게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정서적 애착 대상이자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나타나는 슬픔과 상실감은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며, 이를 충분히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심리적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변 교수는 “슬픔을 억지로 참거나 빠르게 잊으려고 하기보다 상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독거노인이나 정서적으로 반려동물 의존도가 높았던 사람들의 경우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장례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전문 장례시설과 추모공원, 온라인 추모관 등이 늘어나면서 보호자들이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채미화 센터장(채움심리상담센터)은 “펫로스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괜찮다’는 위로보다 슬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공감의 공간”이라며 “주변에서는 ‘동물인데 너무 유난스럽다’는 식의 말을 하기보다 상실의 감정을 인정하고 함께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어 “애도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건강하게 경험하는 과정에서 회복이 이루어진다”며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펫로스증후군을 사랑했던 존재를 잃은 자연스러운 애도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은 끝났지만, 그 사랑과 추억은 오랫동안 삶 속에 남는다. 슬픔을 숨기기보다 충분히 애도하고 기억하는 과정이 건강한 회복의 시작이라는 점을 사회가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