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두 정상이 전쟁을 멈추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호르무즈 재개방, 3천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구상, 모든 제재의 종료가 담겼으나, 정작 전쟁의 명분이던 핵 문제는 60일 뒤로 미뤄졌다. 화려한 서명 이면에는 레바논의 균열, 통행료의 불씨, 그리고 워싱턴 안팎의 불신이 그대로 남았다.
샹들리에가 빛나는 베르사유 궁전의 만찬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년필을 들어 한 장의 종이에 서명한다. 미·이란 전쟁을 멈추는 양해각서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주최한 국빈 만찬의 한복판에서, 강대국의 지도자는 평화를 종이에 새겼다. 그러나 그 우아한 촛불 아래 서명된 평화가 두 달 뒤 다시 폭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합의의 골자는 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이란 '재건'을 위한 3천억 달러 규모의 구상, 그리고 미국의 '모든 종류의 제재' 종료다. 다만 전쟁의 가장 큰 명분이던 이란 핵 문제는 연장이 가능한 60일의 협상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묘한 역설이 드러난다. 전쟁을 일으킨 바로 그 이유가 정작 합의에서는 뒤로 밀린 것이다. 합의문은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는다”라고 재확인하면서도, 농축 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하라던 본래 요구를 거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현장에서 희석하는 '저농축'으로 타협했다. 한때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완전히 없애겠다던 트럼프는 G7에서 "다른 나라가 가졌다면 이란이 가져도 괜찮다"라고 물러섰다.
호르무즈에도 불씨가 남았다. 60일간은 통행료가 없으나, 합의문은 그 이후의 부과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전쟁 전에는 없던 항목이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핵심 협상가인 갈리바프는 해협이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60일 뒤 통행료를 시사했고, 미국을 향한 불신이 여전하다며 "우리의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 있다"고 했다. "적이 논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힘의 언어로 다시 들어갈 것"이라는 서늘한 경고도 덧붙였다.
가장 깊은 균열은 레바논에 있다. 합의의 첫 조항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한다. 그러나 잉크가 마르던 그 수요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공격했고 레바논에서 철군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는 G7에서 네타냐후를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조금 더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헤즈볼라의 누군가가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그 건물을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전쟁의 무게는 숫자에 새겨졌다. 2월 28일 개전 첫날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군 수뇌부가 제거됐고, 이후 분쟁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가 사실상 막히자,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물가 압력이 되살아났다. 트럼프는 에비앙에서 이 합의가 "세계적 대공황"을 막았다고 했다. 합의 발표 뒤 브렌트유는 1%가량 내렸으나, 전쟁 이전보다 여전히 배럴당 8달러가량 높다.
정작 워싱턴에서는 박수가 엇갈렸다. 공화당 상원의원 캐시디는 "수십 년만의 최악의 외교 실책"이라 했고, 이란 강경파 크루즈는 3천억 달러 기금을 겨냥해 "우리를 죽이려는 신정 광신자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셰이힌은 BBC에 "매우 나쁜 합의"라며, 이란의 대리 세력 지원과 미사일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