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소진, 업무량보다 관계가 더 큰 원인

연구 결과가 말하는 ‘관계의 무게’

학부모·동료와의 관계 개선이 왜 정책 과제가 되었나

현장과 제도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연구 결과가 말하는 ‘관계의 무게’

 

한국교원교육학회가 발간하는 '한국교원교육연구'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 '잠재계층성장분석을 활용한 초등교사 소진 요인별 종단적 변화 유형 및 영향요인 분석'에 따르면, 초등교사의 소진은 단순한 업무량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학생과의 관계, 학교 문화, 교사 간 협력 방식과 같은 관계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는 김하정 국립부경대 연구교수와 원효헌 교수가 집필했으며, 한국초등교원종단연구(KELS) 1~3차년도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초등교사 2,194명의 소진 경로를 종단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소진을 정서적 고갈, 비인간화, 성취감 결여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분석했고, 서로 다른 유형의 변화가 시간에 따라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핵심 결론을 먼저 제시하면, 교사 소진을 줄이려면 단순 업무 경감보다 학부모와의 갈등 조정, 협력적 학교문화 조성, 교사 주도의 전문성 공유 구조를 정책 중심에 두어야 한다. 교사가 지친다는 것은 수업의 질 저하와 직결되며, 이는 곧 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그 가족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는 특히 정서적 고갈 측면에서 교직 경력이 높고 학부모 관계가 원만하며 학교 문화가 협력적·민주적일수록 소진 수준이 낮다고 밝혔다. 비인간화 영역에서는 교직 경력과 수업 자료의 교환·교류가 보호 요인으로 기능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교사 소진을 조직과 제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연구진의 정책적 제언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근거는 표본과 분석 방법의 타당성이다. 연구는 한국초등교원종단연구(KELS) 1~3차년도 자료를 활용해 2,194명의 응답을 종단적으로 분석했다.

 

종단자료 분석은 동일 개인의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를 추적할 수 있어 단면 조사보다 원인 추적에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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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정 연구교수는 논문에서 "교사 소진을 개인의 회복력이나 적응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처방보다 조직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두 번째 근거는 소진의 다차원성 파악이다.

 

연구진은 정서적 고갈, 비인간화, 성취감 결여로 소진을 구분했으며, 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서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정서적 고갈은 학부모와의 관계 및 민주적 학교 문화와 강한 상관을 보였다.

 

반면 비인간화는 수업 자료의 교환·교류와 교직 경력에 연결되었다. 즉 동일한 '소진'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성격이 서로 다르며, 따라서 개입 방식도 달라야 한다는 실증적 근거가 확보된 셈이다.

 

이러한 세부 구분은 정책 설계자가 표적화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실질적 근거를 제공한다.

 

학부모·동료와의 관계 개선이 왜 정책 과제가 되었나

 

세 번째 근거는 협력의 질과 방식 문제다. 연구는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학교 문화와 수업 자료 공유가 소진을 낮추는 보호 요인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형식적인 공동 교수 활동은 오히려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는 협력의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소진이 해결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 혜택을 얻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단순한 '회의·보고' 수준의 협력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예상되는 반론은 두 가지다.

 

첫째, 업무량 자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행정 업무와 수업 준비 시간은 교사의 가용 시간을 잠식하며, 이는 소진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연구는 업무량을 아예 무시하지 않으나, 동일한 업무량을 겪더라도 협력적 학교 문화와 원만한 학부모 관계가 있는 교사군은 소진 수준이 낮았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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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업무량 경감은 필요하나, 관계 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학교 문화나 학부모 관계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제기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연구진은 갈등 조정 제도 마련과 교사 참여 중심의 운영 체제 강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제안했다. 제도 변화는 시간이 걸리지만, 갈등 조정 창구 설치와 수업자료 공유 플랫폼 구축 등 비교적 단기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일정 부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 정책적 함의는 명확하다.

 

교육 당국이 교사 소진을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다루어 왔다면 그 접근을 수정해야 한다. 연구는 "학부모와의 관계 지원 및 갈등 조정 제도 마련, 협력적 학교 문화 조성, 교사의 자율적인 전문성 나눔을 위한 구조 마련"을 정책 권고로 제시했다.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은 학교별 실태를 진단하고, 형식적 협력에서 벗어나 실질적 교사 상호 지원을 촉진할 수 있는 예산과 프로그램을 우선 배정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 대상 소통 교육과 갈등 조정 메커니즘을 마련해 학부모-교사 간 신뢰를 높이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이런 조치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교사가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현장과 제도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연구에서 드러난 것처럼 수업 자료의 교환·교류는 비인간화 감소에 효과를 냈다. 학교 단위로 수업자료 플랫폼을 구축하고, 교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자료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관행을 장려하면 실무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동료성을 강화할 수 있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는 전담 협의체를 운영하면 교사가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감정 노동도 경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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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모든 정책은 현장 참여를 전제로 설계되어야 하며, 형식적 실행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연구는 교사 소진 문제의 초점을 업무량에서 관계로 옮길 것을 요구한다. 정책은 학부모-교사 관계 지원, 협력적 학교 문화 조성, 교사 자율 기반의 전문성 공유 구조 마련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각 지역의 학교가 교사들이 안전하게 협력하고 학부모와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실질적으로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FAQ

 

Q. 일반 학부모로서 학교와의 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A. 이 연구는 학부모-교사 관계가 정서적 고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확인했다. 학부모의 기대 방식과 소통 방식이 교사의 감정 노동을 높이고, 갈등이 누적되면 소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 배경이다. 실천적 조언으로는 정기적 소통 시간에 교사의 피드백을 경청하고, 갈등 발생 시 학교 내 정식 조정 절차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학교가 운영하는 소통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학부모-교사 간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된다.

 

Q. 학교 관리자(교장 등)는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A. 연구는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소진을 낮추는 핵심 보호 요인임을 제시했다. 형식적 협력은 교사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므로, 내용이 있는 질적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교사 주도의 수업자료 공유 플랫폼을 도입하고 학부모 갈등 조정 전담 창구를 설치하며, 교사의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는 시간 배정을 우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청에 정책적 지원을 요청해 제도적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성 2026.07.05 22:15 수정 2026.07.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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