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아보육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가정어린이집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정책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됐다. 소규모 보육기관의 운영 안정성과 영아 발달지원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진 가운데, 정부와 보육 현장 간 지속적인 정책 소통의 필요성도 확인됐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회장 서금이)는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가 책임제, 영아보육 공급체계의 재설계’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전국 가정어린이집 원장 등 11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변화하는 보육환경에 대응해 가정어린이집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운영 기반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회, 영아보육 공백 방지와 재정 지원 확대 필요성 강조
국회에서도 영아보육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희정 국회 교육위원장과 이인선 교육위원회 간사의 축사에 이어 고민정·김준혁·백승아·문정복·김문수 의원이 참석해 보육 현장의 어려움과 정책적 대응 방향을 언급했다.
고민정 의원은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현장의 혼란을 지적하며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올해 0~2세 영아 급간식비 지원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김준혁 의원은 소규모 어린이집의 특성을 반영한 보육비 산정과 안정적인 재정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비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지원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고, 발달이 느린 영아를 위한 보조인력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백승아 의원은 가정어린이집 감소가 영아 가정의 돌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체 보육기관을 찾기 어려운 부모가 직장 복귀를 미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장의 제안을 입법과 예산 논의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정복 의원은 보육교직원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부모의 신뢰와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의원 역시 영아에게는 안정적인 돌봄을, 부모에게는 안심할 수 있는 보육환경을, 교직원에게는 전문성을 지속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금이 회장 “국가 책임 보육, 모든 아이의 보육권 보장에서 출발해야”
서금이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영아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별 수요를 반영한 정책 설계와 보육기관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국가 책임 보육은 모든 아이에게 질 높은 보육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정어린이집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영아보육에 특화된 전문성을 높이고 부모와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보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가정어린이집, ‘생활권 영아전문기관’으로 기능 확대 제안
전문가 발제에서는 소규모 보육기관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운영모델이 제시됐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가정어린이집의 정책 기준을 영아 연령뿐 아니라 시설 규모와 운영 특성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보육기관, 발달 지연의 조기 발견, 가정양육 영아와 부모 지원, 유아교육기관과의 연계 등 네 가지 기능을 제안했다. 이는 가정어린이집을 단순한 돌봄 제공시설에서 지역사회 영아지원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이다.
예혜련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집단보육 환경과 영아 건강의 관계를 설명했다. 발표에서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2.5세 이전 영아의 경우 대규모 집단보육기관에서 감염 발생이 소규모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해당 결과는 소개된 연구의 범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영아 발달 조기 발견과 전문인력 연계 중요성 부각
김수진 연성대학교 유아특수재활과 교수는 교사가 영아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발달상의 특이 신호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추가 지원이 필요한 영아와 가족에게는 보육교사의 관찰뿐 아니라 특수교육 및 관련 분야 전문인력의 지원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숙진 인천 부평구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가정어린이집의 영아전문기관 전환을 저출생 시대의 보육 기반 유지 전략으로 평가했다. 가정어린이집이 높은 전문성을 갖춘 영아보육기관으로 발전해야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신뢰할 수 있는 돌봄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육료 현실화와 결원 보정, 지속가능성 확보의 핵심 과제
김혜금 동남보건대학교 보건보육상담과 교수는 보육기관의 실질적인 운영비를 반영한 재정체계 개편을 주문했다.
영아 연령과 시설 규모에 따라 보육료 단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정원 미충족에 따른 운영 부담을 보완하는 결원 보정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확한 운영 원가 조사와 단계별 실행계획이 마련돼야 보육기관의 책무성 강화와 서비스 질 개선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 불참…정부 정책 방향 직접 설명은 이뤄지지 않아
한편 이번 정책포럼에서는 당초 토론자로 섭외됐던 교육부 관계자가 참석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영아보육 정책 방향을 직접 듣는 기회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날 전문가들은 가정어린이집의 영아전문기관 전환, 보육료 현실화, 영아 발달지원 강화 등 다양한 정책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관련 제안에 대한 교육부의 구체적인 입장이나 향후 추진 방향을 현장에서 함께 논의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정책 과제들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보육 현장, 전문가 간 지속적인 의견 교환과 후속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아보육의 미래, 국가 책임과 현장 전문성의 결합이 관건
이번 포럼은 가정어린이집의 역할을 기존 시설 운영의 관점에서 벗어나 ‘영아보육 전문기관’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행사 마지막에는 참석자들이 ‘영아전문기관 가정어린이집’이라는 문구가 담긴 자료집을 들어 보이며 정책 개선에 대한 공동의 의지를 나타냈다.
향후 영아보육 정책의 핵심은 국가의 재정적 책임과 현장의 전문성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 소규모 보육기관의 운영 안정성, 영아 발달지원, 지역별 돌봄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다양한 제안이 정부와 국회의 후속 논의를 거쳐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