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연간 40억 달러(약 5조 3천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올해 말로 전면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연방의회의 주도권이 결정되는 중대한 중간선거 투표일 당일에 나온 이 역대급 폭탄 선언은 미국 정치권은 물론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미국의 핵심 중동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전략적 무기 판매는 계속 유지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사전 교감 및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인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 "이스라엘은 더 이상 미국의 자금 지원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국가"라고 단언하며, "수개월 전 네타냐후 총리와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올해를 기점으로 현금성 지원을 마무리하는 것에 이미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만 이스라엘이 국가 안보상 절실히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온다면 언제든 다시 개입해 도울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 동맹 관계 자체의 훼손은 아님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다분히 선거 공학적인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이번 자금 원조 중단 결정이 공화당을 향한 좌파 성향 민주당원들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임을 숨기지 않았다. 수십 년간 미국 정치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는 초당적이고 확고한 불문율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무력 충돌과 민간인 피해가 장기화하면서, 미국 내 여론 역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막대한 군사비 지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들에게 정치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격전지로 꼽히는 중서부 미시간주 상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소속 아브둘 엘사이드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이슬람교도 최초로 미 연방 상원의원 입성을 노리는 엘사이드 후보는 그동안 미국의 대 이스라엘 지원을 강력히 반대해 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에서도 더는 자금을 요구하지 않는데, 우리가 왜 엘사이드 같은 극단적인 인사들에게 억울한 비난의 표적이 되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선거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고 반대파의 논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전술로 풀이된다.
하지만 행정적인 관점에서 이번 선언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2028년 9월까지 매년 38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보장하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어 있다. 법적 구속력을 지닌 이 합의를 어떤 절차와 명분으로 연말에 조기 종료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로드맵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백악관과 이스라엘 총리실 모두 이번 사안에 대한 언론의 공식적인 논평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극에 달한 시점이라는 점도 이번 발표의 파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공동 작전을 수행한 지 불과 8개월여가 지났으며, 여전히 양측 간의 날 선 대치와 산발적인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워싱턴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얼터먼 연구원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이 중대한 사안을 하필 선거 당일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이라며 "특히 수일 내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합동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나온 배경이 매우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의원 역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동맹인 이스라엘 정부조차 이 폭탄선언이 나올 것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섣불린 결정이 가져올 외교적 후폭풍을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대 이스라엘 지원금 중단 선언은 동맹의 가치마저 선거의 득실로 환산하는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와 ‘실용주의’ 정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를 내세웠으나, 기존 양해각서(MOU)의 파기 절차나 동맹국의 당혹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선거 당일의 '깜짝 쇼'가 향후 미국의 대 중동 외교 안보 전략에 어떠한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