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저하 고령자도 약 이름·복용량 혼동 주의…약국에서 확인해야 할 정보는
점자·음성정보·약사 상담 함께 활용해야…의약품 정보 접근성 개선 과제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이름과 용량, 복용 방법, 주의사항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는 의약품 포장에 적힌 글자를 확인하는 것부터 어려울 수 있다.
노화로 시력이 저하된 고령자도 작은 글씨로 표시된 약 이름이나 복용 방법을 읽는 데 불편을 겪는다.
의약품 포장에 점자가 표시돼 있더라도 실제로 읽기 어렵거나 운송·보관 과정에서 점자가 눌리고 닳는다면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월 30일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지원하기 위해 「의약품의 점자표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점자를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용자가 읽기 편리한지, 의약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점자의 품질이 유지되는지를 고려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점자표시가 있다고 해서 약의 복용 방법이나 주의사항까지 모두 손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일과 복약정보를 충분히 이해하는 일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의약품 점자표시, 실제로 읽을 수 있어야 의미 있어
식약처가 개정한 가이드라인은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정보 접근권을 고려해 점자표시의 사용 편의성과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개정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관련 법령에 추가해 가이드라인의 목적과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또한 법령에 따라 점자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의약품뿐 아니라 제약업체가 자발적으로 점자를 표시하는 경우에도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안내했다.
의약품 점자표시의 법적 근거는 「약사법」 제59조의2와 「의약품 표시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마련돼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모든 의약품에 점자표시가 의무화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법령에서 정한 의무표시 대상과 제약업체가 자발적으로 표시하는 제품은 구분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의약품을 구입할 때는 해당 제품에 점자표시가 있는지, 어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점자가 눌리거나 닳으면 약을 구별하기 어려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한 부분은 점자표시의 품질관리다.
점자는 손끝으로 돌출된 점의 배열을 읽어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포장에 표시된 점자가 눌리거나 마모되고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 글자를 정확하게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의약품은 제조된 이후 운송과 보관, 판매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포장재에 압력이 가해지거나 마찰이 발생하면 점자의 식별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는 운송·보관 과정에서 점자의 눌림, 마모, 탈락 등이 발생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도록 안내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는 가독성 검수를 실시하도록 권장했다. 점자가 규격에 맞게 제작됐는지 확인하는 것과 실제 사용자가 손끝으로 읽기 편리한지 확인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 불만 등도 함께 검토하고, 점자의 식별성이 반복적으로 떨어지는 문제가 확인되면 개선하도록 했다.
이는 의약품 포장에 점자가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됐을 때도 읽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한 변화다.
점자와 음성정보, 제공하는 내용은 달라
시각장애인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약의 이름을 구별하는 것뿐 아니라 복용 방법과 주의사항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의약품 표시 제도는 점자와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를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점자표시는 주로 의약품의 제품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다.
반면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는 제품명뿐 아니라 효능·효과, 용법·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 보다 자세한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의약품 포장에 점자가 있다고 해서 복용 횟수와 용량, 부작용에 관한 주의사항까지 모두 점자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성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해당 코드를 통해 필요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관련 기능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 약사 등에게 이용 방법을 안내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약 이름을 확인하는 일과 처방받은 복용 방법을 확인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같은 성분의 의약품이라도 용량이나 제형이 다를 수 있고, 환자별 복용 방법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의약품에 점자가 표시되는 것은 아냐
의약품의 점자 및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 표시 의무는 2024년 7월 21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모든 의약품이 의무표시 대상인 것은 아니다.
의무표시 대상은 「의약품 표시 등에 관한 규정」의 별표 2의3에 정해져 있다. 여기에는 감기약, 진통제, 점안제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부 의약품이 포함돼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의무표시 대상 의약품의 범위를 일괄 확대하는 조치가 아니다.
법령에 따라 점자를 표시하는 제품과 제약업체가 자발적으로 점자를 표시하는 제품 모두에서 표시 방법과 품질관리를 개선할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다.
따라서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처방받을 때는 해당 제품에 점자가 표시돼 있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약국에서 여러 종류의 처방약을 조제받는 경우에는 제조사의 원래 포장과 다른 형태로 약을 받을 수 있다. 이때는 약 봉투나 복약안내문 등을 통해 약의 이름과 복용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시력이 저하된 고령자도 복약정보 확인에 주의해야
의약품 정보 접근성은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노화로 시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여러 질환으로 복수의 약을 복용하는 고령자는 약 이름과 용량, 복용 시간을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약을 구별할 때 알약의 색깔이나 모양에만 의존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비슷하게 생긴 약이라도 성분이나 함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는 약 이름과 복용 목적, 한 번에 먹는 양, 하루 복용 횟수, 복용 시 주의할 점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약 봉투나 복약안내문의 글씨가 작아 읽기 어렵다면 약사에게 큰 글씨로 복용 방법을 적어 달라고 요청하거나,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화면 확대 기능이나 음성 읽기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확인한 일반적인 의약품 정보가 본인에게 처방된 복용 방법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처방 내용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
약을 임의로 다른 용기에 옮겨 담거나 여러 종류를 섞어 보관하면 제품명과 용량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복용 방법이 기억나지 않거나 약을 잘못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약사나 의료진에게 확인해야 한다.
시각장애인 직접 참여하는 검수, 실효성 높일 수 있어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각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는 가독성 검수를 권장했다는 점이다.
점자가 일정한 규격에 맞게 제작됐더라도 실제 사용자가 손끝으로 읽기 어렵다면 정보 제공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운송·보관 과정에서 점자의 눌림과 마모, 탈락 등이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소비자 불만 등을 검토해 반복적으로 식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확인되면 개선하도록 안내했다.
다만 시각장애인이 참여하는 검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권장한 사항이다. 모든 제약업체에 새로운 법적 검수 의무가 일괄 부과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점자표시의 품질이 개선되더라도 모든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음성정보나 다른 방식의 안내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의약품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면 점자의 식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음성정보 제공과 복약상담 등 여러 수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의약품 정보 접근성, 표시에서 실제 이용까지 살펴야
식약처는 이번 개정 과정에서 장애인단체와 제약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현장 의견을 수렴해 장애인의 의약품 정보 접근권과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표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의약품 포장에 점자를 표시했는지뿐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읽을 수 있는지, 유통 과정에서 품질이 유지되는지까지 고려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점자표시의 품질관리 강화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정보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적용 상황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점자와 이용하기 쉬운 음성정보가 중요하다. 시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는 읽기 쉬운 복약안내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의약품 정보 접근성은 단순히 정보를 표시하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사용하는 약을 정확하게 구별하고 복용 방법과 주의사항을 이해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