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책에서 삶의 방향을 묻다
인공지능(AI)이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인간의 언어로 답을 제시하는 시대다.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이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고민 속에서 독서와 인문학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자는 메시지가 대학 학술대회 현장에서 제시됐다. 2026년 10월 31일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중원언어학회·한국현대영어영문학회 공동 국제학술대회에서 김상문 인광그룹 회장은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책 읽기를 숨쉬기처럼, 길(路) 위에서 길(道)을 묻다’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언어와 문학: AI 시대 인문학의 의미와 방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 김 회장은 자신의 독학 경험과 동서양의 역사적 인물, 고전의 가르침을 통해 독서의 가치와 삶의 철학을 조명했다. 강연의 중심에 놓인 ‘독만권서 행만리로’는 수많은 책을 읽고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는 뜻으로, 지식과 경험, 사유와 실천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회장은 책이 단순한 지식 습득의 수단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를 넓히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스스로 방향을 찾도록 돕는 사유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이어온 배움… “책 읽기를 숨쉬기처럼”
김상문 회장의 독서 철학은 자신의 배움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중학교 졸업 이후 독학으로 공부를 이어온 김 회장은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정규 교육과정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 배움을 확장해 온 경험은 그의 평생학습 철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김 회장이 강조한 ‘책 읽기를 숨쉬기처럼’이라는 표현에는 독서를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일상의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독서를 통해 사람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만나고, 다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고민과 선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이 설립한 공익재단 제산평생학습의 지향점 역시 이러한 철학과 연결된다. 배움이 특정한 시기나 계층에 한정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평생학습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특히 AI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주는 환경에서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기억하는가보다 그 정보의 타당성을 판단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독서가 길러주는 비판적 사고와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김 회장의 독서 철학은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실천했는가에 주목한다.
덩샤오핑의 낙관과 인내, 논어에서 찾은 삶의 지혜
이번 강연에서는 중국 현대사의 주요 인물과 동양 고전이 함께 등장했다. 김 회장은 덩샤오핑과 그의 딸이 전한 낙관과 인내의 이야기를 통해 역경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삶의 지혜를 조명했다.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 시기에 정치적 부침을 겪었으며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다. 그의 삶은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하며 기회를 준비하는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다만 개인의 삶에 대한 해석과 역사적·정치적 평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동양 고전의 가르침도 강연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공자의 『논어』 첫머리에 등장하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이는 배움을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반복적인 실천과 자기 수양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강연 주제인 ‘독만권서 행만리로’ 역시 책에서 얻은 지혜를 현실의 경험과 연결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고전과 역사를 읽는 이유는 과거의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인간의 고민을 이해하고 현재의 문제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다.
링컨과 피터 드러커가 전하는 리더십… 타인의 성공을 돕는 선한 의지
강연의 또 다른 주요 주제는 리더십과 선한 의지였다. 김 회장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과 전쟁부 장관 에드윈 스탠턴의 관계,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의 철학을 통해 지도자의 책임과 인간 중심의 경영을 조명했다. 링컨과 스탠턴의 관계는 리더십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역사적 사례다. 두 사람은 과거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링컨은 남북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스탠턴을 전쟁부 장관으로 기용했다. 이는 지도자가 개인적인 감정보다 공동의 목표와 공적 책임을 우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역량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태도가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현대 경영학의 주요 사상가인 피터 드러커는 조직의 성과와 책임, 인간의 강점, 경영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조직의 성과는 지도자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역량이 발휘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할 때 만들어진다. 강연에서 언급된 ‘다른 이의 성공을 도와준 사람’이라는 표현은 리더십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성공을 자신의 성취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성장하고 역량을 발휘하도록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함께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기업 경영 뿐 아니라 교육과 학문, 지역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학생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교사, 동료의 성취를 지원하는 연구자,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경영자 모두 선한 리더십을 실천할 수 있다. 선한 의지는 좋은 마음을 갖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의 성장에 활용하려는 실천적 태도로 이어질 때 의미가 깊어진다.
“책 속에서 도리와 철학을 찾아가시길”… 빛나는 인생을 향한 응원
김상문 회장의 특별강연은 독서에서 출발해 역사와 고전, 경영과 리더십을 거쳐 다시 인간의 삶으로 돌아왔다. 김 회장은 책을 읽어야 길이 보인다는 메시지와 함께 책 속에서 삶의 도리와 철학을 찾아가기를 당부하고, 참석자들의 빛나는 인생을 응원하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가 강조한 독서의 가치는 단순히 많은 책을 읽는 데 있지 않다. 역사 속 인물들의 선택을 성찰하고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필요한 판단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데 있다.
오늘날 AI는 방대한 지식을 정리하고 질문에 답하는 강력한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 질문인지, 어떤 선택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인문학은 이러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문학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고, 역사는 인간의 선택이 남긴 결과를 살펴보게 하며, 철학은 삶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이번 강연이 AI 시대 인문학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진행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와 가치 판단,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졸업 이후 독학으로 배움을 이어온 김 회장의 삶은 배움이 특정한 시기에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여정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는 선한 의지가 더해질 때 배움의 가치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동체로 확장된다.
김 회장의 강연이 남긴 ‘길(路) 위에서 길(道)을 묻다’라는 화두는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동안 자신만의 삶의 도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책을 읽고, 배우고, 실천하며 타인의 성장을 돕는 삶.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이번 특별강연이 전한 인문학적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