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여성의 건강은 누가 돌보고 있나

가족을 돌봐온 여성들, 이제는 지역사회가 함께 돌볼 때

 

“평생 가족들 밥 챙기고 자식 키우고 부모님 모시며 살았는데, 막상 내가 나이가 드니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하네요.”

주변의 시니어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오랜 시간 가족의 건강과 돌봄을 책임져 온 여성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자신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위치에 놓이고 있다. 그러나 혼자 사는 어르신이 늘고 가족구조도 달라지면서 노년 여성의 건강을 가족에게만 맡기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시니어 여성의 건강을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마을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가족 건강은 챙겨도 자신의 건강은 뒤로

 

많은 여성들은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건강보다 가족을 먼저 챙겨왔다.

자녀가 아프면 병원을 데려가고, 부모가 편찮으면 병간호를 하고, 남편의 식사와 건강을 챙기면서 정작 자신의 몸이 아픈 것은 참고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생활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 노년기에 여러 건강문제가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배우자와의 사별, 자녀의 독립,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감소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로움과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아픈 곳이 있어도 함께 병원에 갈 사람이 없거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 치료를 미루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건강은 병원에 가는 것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시니어 여성의 건강이라고 하면 흔히 혈압이나 당뇨, 관절질환 등 신체적인 질병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도 중요하다.

 

집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운동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일상의 활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마을에서 운영되는 건강체조, 걷기모임, 문화활동, 취미교육, 인지활동 등은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시니어 여성에게는 정기적으로 밖으로 나와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사람이 며칠 동안 보이지 않으면 “어디 편찮으신 것은 아닌가” 하고 서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관계도 만들어진다.

이러한 관계망 역시 마을이 할 수 있는 중요한 돌봄이다.

 

뇌건강도 마을에서 함께 챙겨야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어르신들도 많다.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자꾸 잊는다”, “사람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러한 걱정 때문에 어르신들의 인지건강과 치매예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봉선2동 주민총회에서 남구미리네 여성기자단이 제안한 ‘시니어를 위한 뇌건강교실’이 주민들의 높은 공감을 얻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뇌건강 프로그램은 단순히 문제를 풀거나 기억력 훈련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동, 음악, 미술, 책 읽기, 대화, 놀이 등 다양한 활동과 연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통해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활동에 참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니어 건강을 질병이 발생한 후 치료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건강할 때부터 예방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격차도 건강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은 병원 예약이나 건강정보 확인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여성에게는 이것도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병원 예약 방법을 몰라 자녀에게 부탁하거나 필요한 건강정보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시니어 건강정책에는 스마트폰 사용법과 병원 예약, 건강정보 검색 같은 생활밀착형 디지털 교육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기계를 다룰 줄 안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생활과 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힘과도 연결된다.

 

혼자 사는 여성에게는 ‘관계의 돌봄’이 필요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은 혼자 생활하는 시니어 여성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건강문제가 없어도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 생활이 계속된다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누군가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같이 걸으며, 함께 밥을 먹는 관계가 필요하다.

마을 단위에서는 소규모 식사모임이나 걷기모임, 건강교실, 책모임, 문화활동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전문적인 돌봄서비스와 함께 이웃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가족만을 답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돌봄을 받아본 적 없는 여성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시니어 여성의 삶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평생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온 여성에게 정작 “당신은 괜찮은가요?”, “어디 아픈 곳은 없나요?”, “무엇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어본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

 

여성의 돌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에서는 여성이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돌봄을 제공해온 여성도 돌봄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건강교육과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운동, 문화생활, 디지털교육, 정서지원, 사회적 관계까지 함께 연결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건강한 시니어가 건강한 마을을 만든다

 

어르신의 건강은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이 건강하게 일상을 유지하면 가족의 돌봄 부담도 줄어들고, 그 사람은 다시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경로당에서 친구를 만나고, 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의 경험을 다음 세대와 나눌 수도 있다.

시니어 여성을 돌봄의 대상만으로 바라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건강한 시니어 여성은 오랜 삶의 경험과 지혜를 가진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역할은 어르신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스스로 생활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평생 가족과 이웃을 돌봐온 여성들이 이제 자신의 건강과 행복도 당당하게 챙길 수 있는 마을.

아프기 전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혼자라고 느끼기 전에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을.

 

시니어 여성의 건강을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가족’만이 아니라 ‘우리 마을이 함께’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성 2026.11.04 08:56 수정 2026.11.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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