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세종시 박연문화관에서 '2026년 농식품 정책콘서트'를 열고 농식품 분야 혁신 우수사례 6건을 소개했다. 행사의 주제는 '모두의 일상에 더 가까이, 모두의 삶이 더 든든히'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정책콘서트는 정책 담당자가 혁신 성과를 발표하고 현장 참석자가 직접 우수사례를 평가하는 국민 참여형 행사로, 2018년부터 매년 이어져 왔다.
이번에는 본부와 소속 기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고 전문가 심사 등을 거쳐 6건을 발표 대상으로 골랐다. 현장에는 국민 소통 플랫폼인 '모두의 농정 메신저'를 통해 모은 현장 국민평가단과 '정부혁신 어벤져스' 등 180여 명이 참석해 정책 성과와 확산 가능성을 살폈다.
선정된 6건은 생활과 현장의 불편을 각기 다른 자리에서 건드린다. '알뜰하게 장볼지도'는 인공지능이 도와주는 우리 동네 스마트 장보기 서비스이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는 임산부에게 친환경농산물을 전하는 사업이다. '도농 일자리 중개 고도화'는 도시 구직자와 농촌 일자리를 잇는 사업이다. '팜맵으로 미리 콕'은 항공영상으로 만든 농경지 전자지도를 활용하는 사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비축농산물 가치 UP 프로젝트'는 정부 비축농산물의 쓰임을 넓히는 사업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인공지능 등급판정 시스템'은 소와 돼지, 계란의 품질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체계이다.
최우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인공지능 등급판정 시스템이 차지했다. 사전 심사와 현장 투표를 거쳐 결정된 결과이며, 산하기관이 정책콘서트에서 최우수 사례로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우수 수상자에게는 농식품부 장관 표창과 포상금 300만원이 주어졌다. 우수상은 농경지 전자지도 서비스 팜맵과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가 받았고, 각각 200만원의 포상금이 따라갔다. 장려상은 알뜰하게 장볼지도와 도농 일자리 중개 고도화, 비축농산물 가치 UP 프로젝트가 받았고, 각각 100만원이 주어졌다. 최종 순위는 현장 투표 결과에 사전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국민 체감도 평가 점수를 합산해 정했다.
인공지능 등급판정 시스템이 최우수로 뽑힌 배경에는 숫자로 확인되는 효과가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00퍼센트 국내 기술로 만든 소 등급판정 자동화를 통해 연간 15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왔고, 업무 처리 속도는 64퍼센트 향상됐다. 충남의 한 한우농가에서는 등급판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양관리를 개선해 사육기간을 2.4개월 단축했고, 최상위 등급 출현율은 18.1퍼센트포인트 높아졌다. 평가의 속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이 농가의 소득과 직결되는 의사결정까지 이어진 셈이다.
계란 품질평가 장비의 변화는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경기 평택시 와이제이푸드에 도입한 장비는 계란을 회전시키며 껍데기 둘레를 360도로 촬영해 청결 상태와 표면 결함을 분석하고, 빛을 비춰 찍은 이미지로 깨짐 여부를 판별한다. 계란 300알의 외관과 깨짐 여부를 검사하는 시간은 사람이 판정할 때 약 30분이었으나 인공지능 장비를 도입하면서 11분으로 줄었다. 검사 대상은 등급판정 신청 물량에서 무작위로 뽑은 표본이며, 장비의 외관과 깨짐 판정에 별도의 신선도 검사 결과를 더해 최종 품질등급을 정한다. 판정 결과와 함께 근거가 되는 이미지가 남는다는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이 데이터를 농가와 선별포장업체의 품질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장보기에서 나왔다. '알뜰하게 장볼지도' 앱은 이용자 위치를 바탕으로 주변 판매처의 신선 농축산물 가격과 할인행사 정보를 제공한다. 인공지능 채팅으로 요리법을 알아보고 재료를 살 곳도 추천받을 수 있다. 이 앱은 9월 21일 경기 수원과 강원 원주, 충북 청주, 전북 전주, 경남 창원 등 5개 도시에서 시범 출시됐다. 농식품부는 시범운영 기간에 이용 편의성을 보완해 2027년 하반기 전국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바구니 부담을 직접 덜어주는 사례도 있다. 7월부터 본격 시행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는 올해 임산부 16만 명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임산부는 4만8000원을 부담하고 총 24만원 상당의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주문 금액의 80퍼센트를 정부 지원금으로 결제하고 나머지 20퍼센트를 본인이 내는 방식이다. 공급 품목에는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뿐 아니라 유기가공식품과 유기축산물 등도 포함된다. 필수 공급 품목도 과거 시범사업 당시 35개에서 올해 55개로 늘었다.
먹거리를 필요한 곳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비축농산물 관리에서도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비축농산물 가치 UP 프로젝트'는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보관하는 농산물의 쓰임을 넓힌 사례이다. 버려질 뻔한 정부 비축 배추와 무를 사료와 전통주, 친환경 농자재에 활용하고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과도 연결했다.
농촌의 일손 부족을 덜기 위해 도시 구직자에게 익숙한 서비스도 활용됐다. 농식품부는 5월 4일부터 알바몬을 통해 농업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2025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정책 제안에서 출발했다. 구인 농가는 가까운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코드를 발급받아 알바몬에 공고를 올린다. 재배 품목과 수확 등 작업 내용, 근무시간, 급여, 교통편을 공고에 함께 적어 구직자가 일의 내용과 조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숙소은행'을 통해 농촌 지역 숙소 정보도 제공한다. 도농인력중개플랫폼에서 지역별 펜션 등의 임대정보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일할 곳과 지낼 곳의 정보를 함께 제공해 도시 인력이 농촌으로 이동할 때 겪는 불편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농업 행정에서는 팜맵으로 실제 경작 현황을 지도에서 미리 확인한 뒤 현장 점검이 필요한 곳만 추려 방문하는 방식도 소개됐다.
이번 사례들을 한데 모아 보면 공통된 방향이 보인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생활과 현장의 불편을 줄이는 데 쓰는 것이다. 장보기에서는 가격 비교와 추천이, 등급판정에서는 속도와 신뢰도가, 일자리 연결에서는 익숙한 경로와 숙소 정보가, 비축농산물에서는 폐기 감소와 먹거리 지원이 각각 체감 성과로 제시됐다. 기대효과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소비자는 장보기와 먹거리 선택에서 비용과 정보를 아낄 수 있다. 둘째, 농가와 축산농가는 등급 데이터와 안정적인 소비처를 통해 경영 결정을 개선할 수 있다. 셋째, 농촌은 도시 인력이 일하고 머물 수 있는 조건을 갖춰 인력난을 덜 수 있다.
결국 2026년 농식품 정책콘서트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이 닿는 일상을 보여준 자리이다. 여섯 사례가 모두 현장의 작은 불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장보기 앱의 전국 상용화와 등급판정 데이터의 현장 환류, 농촌 일자리와 숙소 정보의 안정적인 운영이 이어질 때, 이번에 뽑힌 혁신은 일회성 수상이 아니라 일상의 표준으로 남을 수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적인 시도를 적극 독려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의 다음 단계는 발표가 아니라 확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