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비사업 ‘무혈입성’ 관행 정조준… 건설사 수주전 담합 의혹 확산

-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 출범 후 공공·민간 입찰 감시 강화… 목동 재건축도 조사 대상 거론

- 업계 “공사비·금융비 부담에 따른 선택”… 단독응찰만으로 담합 단정은 경계해야

[에콜로지코리아=이거룩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주요 도시정비사업 시공권을 경쟁입찰 없이 확보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업계의 입찰 담합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공공공사 입찰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조사 움직임이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설업계와 정비사업 조합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단독응찰과 반복 유찰, 수의계약이 잇따르면서 건설사 간 사전 입찰 조율이나 사업장 나눠먹기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 대규모 입찰보증금, 사업성 악화 등으로 입찰 참여를 선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담합 의혹과 실제 사업 환경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조사 강화가 정비사업 수주 관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담합 부과기준율 상향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 건설 전담 조사조직 출범… 담합 제재 수위도 높아져

 

공정위는 지난 10월 1일 카르텔조사국 내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를 신설했다.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는 건설·에너지 분야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을 조사하는 전담 조직이다. 건설 분야의 입찰 담합을 보다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등을 담당한다.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조사 조직의 전문화와 함께 강화된 과징금 부과 기준이다.

제공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부터 입찰 담합 과징금 부과기준율 하한이 관련 매출액 기준 0.5%에서 10%로 상향됐다. 10년 이내 과징금 부과 이력이 있는 기업이 다시 담합으로 적발될 경우 과징금이 최대 100%까지 가중될 수 있다.

 

입찰 담합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발주자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중대한 위법행위다. 다만 조사와 제재가 강화될수록 건설사 입장에서는 입찰 관련 의사결정과 내부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 LH 공공주택 입찰 조사 확대… 민간 정비사업까지 감시망

 

공정위의 건설 입찰 담합 조사는 공공공사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는 지난 10월 28일 LH의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적용 공공주택 건설공사를 수주한 업체들의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6개 중견건설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 이어 11월 2일에는 추가로 6개사를 조사하면서 범위를 확대했다.

주요 조사 대상은 투찰가격과 낙찰 예정자를 사전에 정했는지, 특정 업체의 낙찰을 위해 다른 업체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는지 등이다.

 

공정위는 과거 조사에서 제기된 브로커 개입 여부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조사 범위가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과 건축 분야 기술형 입찰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도 담합 의혹 관련 조사 움직임이 거론되면서 공정위의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 주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경쟁보다 수의계약

 

올해 초만 해도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는 반복 유찰과 단독응찰,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제공 자료 기준 10월 말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47조5,210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합산 수주액은 23조7,931억원으로 전체의 약 50.1%를 차지한다.

 

눈에 띄는 것은 수주 규모뿐 아니라 시공사 선정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한 10개 사업장 가운데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권을 확보한 곳이 압구정5구역 한 곳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 역시 수주한 11개 사업장 중 10곳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확보했다.

삼성물산은 목동13단지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대치우성1차와 쌍용2차 재건축 사업에서도 현장설명회에 단독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건설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산건설은 부산 망미5구역, 부산 명서1구역, 의정부 가능6구역 등 주요 정비사업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에 선정됐다.

 

이처럼 대형·중견 건설사를 가리지 않고 경쟁입찰보다 수의계약을 통한 수주가 이어지면서 공정위가 건설사 간 사전 조율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목동 재건축에도 담합 의혹… 유찰과 단독응찰 반복

 

공정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진 사업지 가운데 하나는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이다.

목동신시가지는 14개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표적인 정비사업 지역이다.

 

하지만 여러 단지에서 경쟁입찰 대신 유찰과 단독응찰, 수의계약이 반복되고 있다.

목동6단지는 두 차례 유찰 끝에 DL이앤씨가 시공권을 확보했고, 목동10단지는 현대건설의 단독응찰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목동8단지와 12단지, 13단지는 각각 대우건설과 GS건설,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선정이 남은 목동2·4·7·11·14단지에서도 경쟁입찰 성립 여부가 관심사다.

특히 목동 일대에서는 일부 건설사가 단지별 입찰 참여를 사전에 조율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의혹은 현재까지 제기된 조사 가능성과 업계 소문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실제 담합 여부는 공정위 조사와 관련 절차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 건설업계 “담합 아닌 생존 전략”… 입찰 부담 커졌다

 

건설업계는 최근 정비사업 수주에서 단독응찰과 수의계약이 늘어나는 현상을 담합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변수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사업성, 입찰보증금, 수주 경쟁에 따른 비용 등 다양하다.

 

특히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주요 정비사업장의 입찰보증금 규모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압구정3구역의 입찰보증금은 2,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여러 사업장에 동시에 입찰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묶어두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력과 설계, 홍보, 사업성 검토 비용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시공사 선정이 불발될 경우 이러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입찰 참여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현장설명회 참석만으로 실제 입찰 의지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건설사들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사업 조건과 분위기를 파악한 뒤 사업성 검토를 거쳐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설명회 참석 업체가 최종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을 의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경쟁사 간 입찰 참여 여부를 사전에 조율하거나 특정 업체의 낙찰을 위해 의도적으로 경쟁을 제한했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다.

공정위가 확인해야 할 핵심은 단독응찰이나 수의계약이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업자 간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다.

 

■ 정비사업 수주 관행 변화 불가피… 조합도 긴장

 

공정위의 조사가 확대될 경우 건설업계의 입찰 전략과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선정 절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입찰 관련 내부 의사결정 기록과 경쟁사 접촉 관리, 임직원 교육 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비조합 역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담합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입찰 조건과 절차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장설명회 이후 입찰의향서나 참여확약서 제출 기한이 지나치게 짧을 경우, 경쟁입찰을 제한하거나 특정 업체의 수의계약을 유도하는 조건으로 해석될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입찰 기한이나 사업장별 조건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판단은 입찰 절차와 사업자 간 의사소통, 경쟁 제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정위 조사 강화가 경쟁질서 확립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과도한 불확실성이 사업 추진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이 지연될 경우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공정한 경쟁과 사업 현실, 균형 있는 판단 필요

 

건설 입찰 담합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았거나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 입찰보증금 부담, 사업성 악화 등 건설업계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정위의 조사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근절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사업 판단과 경쟁 제한 행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단독응찰과 수의계약이 건설사의 합리적인 사업성 판단인지, 아니면 경쟁을 제한하는 사전 조율의 결과인지가 이번 조사의 핵심이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관행은 물론 건설업계의 수주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성 2026.11.08 11:15 수정 2026.11.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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