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교체공사로 걷기가 불편한 89세 엄마는 한 달째 집에만 계십니다.
8시에 일어나서 9시 30에 노인주간보호센터로 향하던 시간이 멈추고 좀 더 늦게 일어나 느슨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이 늦어지니 점심은 찐 밤, 찐 옥수수, 찐계란, 과일 등 주전부리로 채우고 저녁도 취침도 여유있게 합니다. 낮시간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워커를 잡고 때때로 거실을 가로질러 걷기 하루에 한 번 책 읽기 그림공책에 색칠하기를 합니다.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화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기도 하는데요.
나름 천천히 흐르는 작은 시냇물 같은 시간들이 지루하기도 하지만 평화로운 참입이다.
문득 “센터에 가지 말고 내일도 이렇게 놀까?”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센터에 가고 싶다고 이렇게 멀뚱멀뚱 있는 게 덜 재밌다 합니다.
두 곳의 시간을 비교해서 당신에게 더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주어 서술어를 분명히 해서 표현합니다.
‘센터에 가면 뭘 하느냐’했더니
탁구도 치고 친구들하고 떠들고 노래도 부르고 재미난 게 많다 합니다. 의외입니다. 사실은 그러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노인주간보호센터의 하루를 기록하는 밴드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엄마는 탁구를 치기는커녕 주변에 누군가 있으면 욕을 하든가 밀쳐서 사고를 치니 혼자 멀찍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도 좋아하던 노래마저 노래 끝에 악을 쓰니 마이크가 엄마를 비켜 다른 사람에게 건네지고요.
호기심이 많았던 엄마는 노인복지관에서 배울 게 많았는데요. 장구, 컴퓨터, 탁구, 수영 등 기회가 닿는 대로 부지런을 떨었고 욕심도 남달라 장구는 실력과 무관하게 앞자리에 서려해서, 탁구라켓을 잡고 한번 자리를 잡으면 양보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직원에게 한마디 듣고야 물러나기를 여러 번.
그때는 즐겁게 하루를 채우던 것들이 지금은 주변을 힘들게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즐거움이 충족되지못했을 때 수반되는 괴로운 감정을 이제는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내 외로움을 감출 수 있는 능력마저 내려놓아지는 시간이 내게도 있을 터, 나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시간, 내가 나를 믿게 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육십 가까운 나이에 아직도 나를 챙기지 못해서 징징대는 어린애 같아 부끄럽지만 일흔 초반에 치매가 찾아온 엄마를 보니 내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여 나를 보듬어주고 사랑하기 위함입니다.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힘이 남아있을 때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싶었던 순간을 내게 주려고 말입니다.
내 결핍이 어디서 얼마만큼 키워졌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닥치고 보듬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긴장 속에서 살아가던 삶의 한 시기를 마무리하고, 이제는 그 책임과 무게에서 벗어난지 4년이 되니 어려서 해결하지 못하고 억압돼 있던 날것의 내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꽁하게 닫아두었던 문을 두드려보려 합니다.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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