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272화 줄 서야 산다 '오픈런' 전성시대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을 똑같이 따라 하는 일이 아니라, 

나와 다른 이유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전부는 아니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ChatGPT]

 

과일모찌를 사기 위해 밤을 새운다고?

출근을 준비하던 아침이었다. TV에서 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화면 속에는 수많은 사람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잠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과일모찌’였다. 요즘 유행하는 과일모찌를 구매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서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밤 11시부터 자리를 잡고 다음 날 가게 문이 열릴 때까지 밤을 꼬박 새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돗자리를 펴고 잠을 청했고, 누군가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과일모찌 하나를 사기 위해 밤을 새운다고?’ 솔직히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유행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밤새 길바닥에서 기다리는 일이 내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대기자들의 인터뷰를 듣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한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유행 뒤처지면 지는 기분이에요. 나도 할 수 있는데 나도 내 의지로 해보자.” 또 다른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살면서 언제 송파구 길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서 자보겠습니까. 추억이죠.”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에게는 기다림도 하나의 추억이다

내가 보기에는 단순히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는 듯했다. 누군가에게는 유행에 동참하는 즐거움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는 과정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추억이기도 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저마다 달랐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게 문이 열렸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과일모찌를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듯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 대기자의 앞에서 입장이 중단된 것이다. 안내원은 하루 구매 가능 인원이 150명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앞에서 기회를 놓친 사람은 허무한 표현을 남겼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슬픔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저 사람에게는 과일모찌가 얼마나 특별했을까?’ 내게는 그저 하나의 음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밤을 새워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출근길에서 만난 청년

그 순간 얼마 전 출근길에서 마주했던 한 청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길가에 쪼그려 앉아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있던 청년이었다. 당시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굳이 회사 앞에서 쪼그려 앉아 게임을 하고 있을까?’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청년에게는 그 시간이 하루 중 잠시 즐거움을 느끼는 소중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오픈런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밤새 줄을 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듣고 그들의 표정을 바라보니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그 행동에 담긴 이유보다 내 기준을 먼저 떠올렸던 것은 아닐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떠나고, 누군가는 갖고 싶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시간을 쏟기도 한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일상의 순간을 글로 남기고, 시간을 들여 기록을 정리한다. 일기를 쓰고, 편지를 남기고, 블로그와 칼럼을 작성한다. 누군가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이 번거롭고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 시간이 즐겁고 의미 있다. 평범하게 지나갈 수 있는 하루를 기록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배움을 발견하는 일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게 기록이 소중하듯, 누군가에게는 유행하는 음식을 기다리는 경험이 소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해한다는 것이 모든 선택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밤을 새우며 기다리는 일이 건강이나 일상에 부담을 줄 수도 있고,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선택을 바라보는 나의 기준만으로 그 사람의 마음까지 판단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쉽게 판단하곤 한다. ‘왜 저렇게까지 할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행동 뒤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TV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유행을 따라가는 즐거움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의지로 도전해보는 경험이었다.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한 번쯤 남겨보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었다. 그 이유를 듣기 전까지 나는 그저 밤새 줄을 서서 음식을 구매하는 사람들로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같은 장면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을 똑같이 따라 하는 일이 아니라, 나와 다른 이유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쉽게 판단한 적이 없는가?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일이 있는가?

누군가의 행동에 담긴 이유를 듣고 생각이 달라졌던 경험이 있는가?

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결국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다

출근 전 잠시 시청한 TV 프로그램. 처음에는 유행하는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했다. 솔직히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영상을 다 보고 나니 그들이 기다린 것은 단순히 과일모찌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과 성취감, 그리고 훗날 꺼내 볼 수 있는 하나의 추억. 그것이 그들에게는 긴 기다림을 감수할 만큼 소중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여전히 과일모찌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밤을 새울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이유도 없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근길에서 마주했던 청년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그때도, 오늘 아침에도 나는 비슷한 배움을 얻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에도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과 행동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면 내 기준으로 먼저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려고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11.08 19:45 수정 2026.11.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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