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주의와 공화당을 거부한 미국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들

4장의 청구서: 미국 유권자가 민주당 의회에 내민 생활비·전쟁·부패·이민 숙제

"민주당이 좋아서 찍은 게 아니다" 2026 중간선거 압승의 불편한 진실

청년 4분의 3이 돌아섰다: 2년짜리 임대 계약, 민주당은 갱신할 수 있을까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화분을 키우는 바텐더의 한 표

 

오하이오주 셀리나에 사는 스물여덟 살 코리 허조그는 월마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바텐더로 서며, 틈틈이 실내 화분을 키워 판다. 일을 세 개나 붙들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모아 집 한 채를 사고 싶어서다. 무당파였던 그는 올해 민주당원이 되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박사과정생 앤디 소마(24)는 투표를 자주 건너뛰던 청년이었다. 그는 트럼프가 중동 분쟁에 끼어들지 않겠다던 약속을 깼다며 생애 처음으로 꼭 투표해야 한다고 느꼈고, 민주당 로이 쿠퍼 후보를 찍었다. 텍사스대에 다니는 세라 스털(18)은 탈라리코와 히노호사에게 표를 던졌고, 개표 밤 느낀 깊은 공동체 의식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세 청년은 민주당을 사랑해서 줄을 선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이 이번 선거의 가장 깊은 속살이다.

 

거꾸로 돌아선 풍향계

 

2024년 대선에서 30세 미만 유권자는 트럼프와 해리스 사이에서 거의 반으로 갈렸고, 젊은 남성의 절반 이상은 트럼프를 찍었다. 팟캐스트와 스포츠, 격투기 무대를 누빈 그의 구애가 통했다. 그로부터 2년, 풍향계는 정반대로 돌았다.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이 호르무즈를 막자 전쟁 전 3달러 아래였던 휘발유 값은 10월 하순 갤런당 4.27달러를 넘어섰다. 9월 글로벌문제연구소 조사에서 유권자의 60%는 트럼프의 전쟁 수행에 반대했고, 81%는 전쟁이 생활비를 끌어올렸다고 답했다. 관세는 물가를 붙들어 매었고, 이민 단속은 넓어졌으며,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둘러싼 버티기도 이어졌다.

 

11월 3일까지 10만 명 넘게 참여한 AP 유권자 조사는 그 분노를 숫자로 옮겼다. 유권자 약 3분의 2가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를 나쁘게 했다고 답했다. 약 10명 중 6명은 장바구니 물가를 매우 걱정했다. 절반이 넘는 이들은 정부 부패가 투표에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청년층의 이동은 더 가팔랐다. 30세 미만의 약 4분의 3이 민주당 하원 후보를 찍었고, 그중 10명 중 6명은 트럼프에 반대하려고 투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를 강한 지도자로 보는 청년은 2024년 약 절반에서 4분의 1로 줄었다. 나이 든 세대보다 청년층에서 이란 군사 행동이 잘못이었다는 응답도 더 많았다.

 

공화당 안에서도 반성이 나왔다. 대학 공화당 단체조차 1974년 이후 최악의 패배라며 행정부와 당을 탓했다. 공화당 전략가 제프리 로드는 전쟁이 유권자의 당적을 바꾸게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래도 트럼프는 필요하면 같은 결정을 다시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사랑이 아니라 거부였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사랑받은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에 호감을 보인 유권자는 절반 정도로 공화당의 약 10분의 4보다 나았지만, 민주당을 찍은 사람 10명 중 2명은 정작 민주당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약 10명 중 2명은 경제든 외교든 이민이든 어느 당도 더 낫지 않다고 답했다.

 

진보 조직가 조너선 스머커는 알자지라 기고에서 이번 압승을 트럼프주의에 대한 거부로 읽는다. 민주당에 대한 새로운 애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 주류의 신자유주의가 트럼프의 토양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2024년 노동자·흑인·라틴계 유권자의 이탈을 들어, 부유한 교외 부동층에 기대 온 슈머식 전략도 겨눈다. 다만 당 지도부가 이번 포퓰리즘의 흐름을 막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는 거대 기업과 맞서는 경제 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늘어난 데서 희망의 근거를 찾는다. 생활비를 앞세워 2025년 뉴욕 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와 버니 샌더스·오카시오코르테스의 '과두정 반대' 순회를 그 전환점으로 꼽는다. 물론 이는 한 진영의 해석이다. 반대편 끝에서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는 모든 것을 우리 대 그들로 볼 수 없다며 온건한 협력을 말한다. 공화당 안에서는 밴스 부통령이 패배의 원인을 전쟁 하나로 짚었다. 해석은 갈리지만, 유권자가 내민 청구서의 항목은 놀랍도록 일치한다.

 

유권자가 내민 4장의 청구서

 

▶첫째는 지갑이다. 민주당은 2025년에 끝난 건강보험 보조금 확대를 되살리고 메디케이드 삭감을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이를 정부 예산안에 붙이면 거부권을 쓰기 어려워진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물가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진보 성향 연구단체 그라운드워크 협력체의 알렉스 자케스는 가격이 "로켓처럼 오르고 깃털처럼 내려온다"고 경고했다. 그는 식료품과 전기 요금을 올린 기업들을 청문회로 압박하자고 제안한다.

 

▶둘째는 전쟁의 종식이다. 베이커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생활비를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길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민주당은 1973년 전쟁권한법에 따라 승인 없는 전쟁에 60일 시한을 묻는 결의안을 낼 수 있고, 추가 전쟁 예산을 막을 수도 있다. 다만 조지타운대의 로라 블레싱은 민주당이 장병을 외면한다는 비난이 두려워 군 예산 삭감을 주저해 온 역사를 상기시킨다. 정부감시프로젝트의 데이비드 야노프스키는 감독만으로 작전을 묶을 수는 없어도 정치적 비용은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는 손을 놓고 있으면 민주당이 이 전쟁의 공동소유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트럼프가 굴욕 앞에서 더 무모해진다는 점도 짚었다.

 

▶셋째는 책임 추궁이다. 민주당은 재임 중 약 22억 달러 늘어난 트럼프의 개인 재산과 법무부의 정적 표적 의혹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넷째는 이민 단속의 제동이다. 올해 한 조사에서 미국인 65%가 이민세관단속국이 지나쳤다고 답했다. 이민법센터의 하이디 올트먼은 지난 2년간 단속에 배정된 약 2,400억 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젊은 유권자 단체를 이끄는 다코타 홀은 여기에 인공지능 규제를 추가한다. 그러지 못하면 청년들이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설 수 있고, 2028년이 민주당에 험난해질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벽도 높다. 법안 대부분은 상원에서 60표가 필요하고, 트럼프는 모든 것에 거부권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의원이 헤그세스 국방장관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트럼프는 세 번째 탄핵 가능성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블레싱은 청문회와 소환장이 민주당의 가장 눈에 띄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서명 없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환장도 법정 다툼에 걸리면 시간이 늘어진다.

 

하버드대 여론조사가 존 델라 볼프는 젊은 유권자가 어느 당에도 묶여 있지 않다고 짚는다. 노스이스턴대의 캐서린 헨셴 교수는 지금의 청년들이 정치의 트럼프화밖에 겪어 보지 못한 세대라고 말한다. 이번 표는 영구 회원권이 아니라 2년짜리 임대 계약에 가깝다.

 

빌려준 신뢰의 무게

 

집에 화분을 보면 흙이 마르면 잎이 처지고, 물을 주면 다시 고개를 든다. 정치의 신뢰도 그렇다. 유권자는 민주당에 마음을 통째로 내준 것이 아니라, 물 한 바가지만큼의 기회를 맡겼다. 그 물로 무엇을 키울지는 이제 의회의 몫이다. 물을 붓지 않으면 잎은 다시 시들고, 시든 잎은 다른 손을 찾는다. 소환장의 화려함보다 장바구니 영수증의 숫자가, 연설의 박수보다 주유소 계기판이 먼저 답할 것이다. 2년 뒤 그 청년은 다시 투표소 앞에 선다. 그때 그가 셀 것은 정당의 이름이 아니라, 모은 돈으로 계약한 집 열쇠의 무게일지 모른다. 

작성 2026.11.09 03:55 수정 2026.11.09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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