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3문
Q. Which is the eighth commandment? A. The eighth commandment is, Thou shalt not steal.
문. 제8계명은 무엇입니까? 답. 제8계명은 "도둑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도둑질하지 말라(출 20:15)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효율성을 만든다고 보았지만, 그가 전제한 것은 구성원들 사이의 기본적인 '도덕적 감정'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3문이 다루는 "도둑질하지 말라"는 제8계명은 바로 그 시장 경제가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토대이자, 타인의 존재 방식을 존중하는 경제적 선언이다.
소유(Property)는 단순한 물건의 점유를 넘어, 한 인간이 투여한 시간과 노동, 그리고 삶의 흔적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타인의 재산을 훔치는 행위는 그의 시간을 훔치는 것이며, 나아가 그의 생존의 근거를 침해하는 폭력이다.
잉글랜드 왕국의 고전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노동이 가해진 사유 재산권을 인간의 자연권으로 보았다. 소요리문답은 이 권리를 신성하게 보호한다.
현대 사회에서 도둑질은 담을 넘는 행위보다 훨씬 교묘한 방식으로 일어난다. 지적 재산권의 무단 도용, 불공정 거래를 통한 부당 이득, 혹은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지 않는 행위 등이 모두 제8계명의 심판대 위에 오른다. 히브리어 '가나브(גָּנַב)'는 '속이다', '몰래 가져가다'는 뜻을 지니는데, 이는 투명하지 않은 모든 경제적 행위가 결국 도둑질의 범주에 속함을 시사한다.
도둑질은 '결핍의 보상'이거나 '탐욕의 통제 실패'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타인의 것을 탐냄으로써 자신의 공허를 채우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도둑질은 타인과의 연결 고리를 끊고 고립된 자아로 침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요리문답은 이 계명을 통해 우리가 타인의 유익을 나의 유익만큼 소중히 여기는 '상호 호혜적 인격'으로 거듭날 것을 요구한다. 정직(Integrity)은 바로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고객의 주머니에서 부당하게 돈을 빼내지 않고, 파트너사의 기여를 가로채지 않는 정직함이 결여된 기업은 장기적인 번영을 누릴 수 없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8계명은 '공유의 윤리'로도 확장된다. 공동체의 자산인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자원을 독점하는 행위는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도둑질이다. 소요리문답은 우리에게 '청지기(Steward)'의 자세를 요구한다. 내가 가진 소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주신 것을 잠시 관리하는 것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의 몫을 탐내지 않을 수 있다. 헬라어 '클렙토(κλέπτω)'에서 유래한 '도둑(Kleptomaniac)'의 습성은 오직 '나누어 주는 기쁨'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
제73문은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회복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땀 흘려 얻은 소득의 소중함을 알고, 타인의 땀방울이 맺힌 결과물을 존귀하게 대우하는 것이 인간다운 경제 활동의 시작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성벽을 쌓기보다, 정직한 성실함으로 이웃과 함께 번영의 길을 걷는 것, 그것이 제8계명이 꿈꾸는 공정한 세상의 모습이다.
우리가 타인의 것을 훔치지 않기로 결단할 때, 우리 사회의 신뢰 지수는 높아지고 아담 스미스가 이야기 했던 '보이지 않는 손'은 비로소 '축복의 손'이 되어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