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15
15. 다시 병원 앞에
열흘쯤 지났을 때였다.
엄마는 많이 나아졌다. 부엌에서 혼자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빨래도 조금씩 시작했다. 기침은 여전히 가끔 나왔지만, 이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냥 기침이었다. 병이 아닌 기침.
그 차이를 영수는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어느 날 아침, 영수는 골목을 나섰다.
엄마에게 말했다.
"잠깐 다녀올게."
엄마는 어디 가느냐고 묻지 않았다. 영수도 설명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그런 것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골목을 걸으며 영수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딱히 무언가를 하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감사 인사를 하려는 것도, 물을 떠다 드리려는 것도, 남자를 만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고 싶었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발은 이미 방향을 알고 있었다.
병원 문 앞에 섰다.
낡은 나무문이었다. 손잡이는 여러 손이 닿아 반들거렸다. 간판의 글자는 반쯤 지워져 있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영수에게는 달라 보였다.
처음 이 문 앞에 섰을 때, 손이 공중에서 멈추었다. 손잡이까지 닿았지만 잡지 못했다. 몸이 굳어 있었다. 두려움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달랐다.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긴장은 있었다. 하지만 그 긴장은 막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설레는 것에 가까웠다.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지 아는 곳에서 느끼는 긴장.
영수는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웠다. 그런데 그 차가움이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그냥 겨울의 쇠였다.
문을 열었다.
병원 안의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소독약 냄새, 따뜻한 물 냄새, 오래된 나무 냄새. 그 냄새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 냄새가 나는 곳에서 엄마의 숨이 고르게 되었다는 것을.
복도는 조용했다. 아침 진료가 시작되기 전인 것 같았다. 몇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고, 간호사 한 명이 복도를 지나갔다.
영수를 알아보았다.
"어머니가 또 안 좋으신 건 아니지요?"
영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많이 나아지셨어요."
간호사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영수는 그 표정을 보았다.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 간호사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
영수는 복도를 걸었다. 물통이 있던 부엌 쪽, 낡은 의자가 놓인 복도 중간, 창문이 있던 끝자리. 그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하지만 처음 이 복도를 걸었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지금은 낯설지 않았다. 이 공간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아는 곳이 있다는 것.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남자는 작은 방에 있었다.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영수가 문틈을 두드리자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잠깐 멈추었다가, 알아보는 눈으로 바뀌었다.
"영수야."
"네."
남자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어머니는?"
"많이 나아지셨어요. 어제는 빨래도 하셨어요."
남자는 짧게 웃었다.
"그래."
그 한 마디 안에 안도가 있었다. 형식적인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궁금했고, 실제로 좋다는 말이었다.
영수는 잠시 서 있다가 말했다.
"선생님."
"응."
"저… 여기 자주 와도 돼요?"
그 말이 나오기까지 잠깐 망설였다. 이상하게 들릴 것 같았다. 환자도 아닌데, 볼일도 없는데, 그냥 오고 싶다는 것이.
남자는 영수를 바라보았다.
"왜?"
영수는 그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괜찮다거나, 오고 싶으면 오라거나, 그런 말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냐고 물었다.
영수는 잠시 생각했다.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여기 있으면… 뭔가 배우는 것 같아서요."
그 말이 나오고 나서, 영수는 스스로 조금 놀랐다. 준비한 말이 아니었는데, 나왔다. 그리고 나고 나니 사실이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가 아니라 천천히. 그 고개 끄덕임에는 무언가 진지함이 있었다.
"뭘 배우고 싶은데?"
또 질문이었다. 영수는 다시 멈추었다.
뭘 배우고 싶은가. 그것은 더 어려운 질문이었다. 의술을 배우고 싶은 것인지,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 공간 안에 있고 싶은 것인지.
영수는 정직하게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남자는 잠시 영수를 바라보았다.
"모른다고 했구나."
"네."
"그게 솔직한 거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모른다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 아직 모르는 채로 여기 있어도 된다는 것.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진료 준비를 해야 해서."
"네, 가세요."
영수는 비켜섰다. 남자가 지나가려다 멈추었다.
"영수야."
"네."
"다음에 올 때는, 왜 오고 싶은지 조금 더 생각해 오너라."
그 말을 남기고 남자는 복도로 나갔다. 하얀 가운이 멀어졌다.
영수는 그 빈 방에 잠시 서 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왜 오고 싶은지 생각해 오라고 했다. 그 말은 오지 말라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을 위해 지금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늘 이런 식이었다. 쉽게 허락하지도, 쉽게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냥 질문을 돌려주었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영수는 그 방식을 이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식이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 문을 나서며 영수는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낡은 간판. 반들거리는 손잡이. 반쯤 지워진 글자들.
이 문을 처음 보았을 때, 영수는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몰랐다. 두 번째 왔을 때는, 들어가도 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세 번째 왔을 때는, 다시 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같은 문이 세 번 달라졌다.
아니, 문이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영수가 달라진 것이었다.
골목으로 나서며 영수는 걸었다.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았다. 골목의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누군가의 목소리, 물 끓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 소리들이 예전과 달리 들렸다. 배경이 아니었다. 사람들이었다. 각자의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있을 것이었다. 빨래를 걷고 있거나, 아궁이 앞에 앉아 있거나. 그 평범한 모습이 이제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영수는 알았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 않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남자가 던진 질문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왜 오고 싶은지 생각해 오너라.
그 질문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영수의 안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아직 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 질문이 있다는 것이, 그 답을 찾아가는 방향이 있다는 것이, 영수에게는 충분했다.
방향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걸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