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선거 하루 전, 집에서 작은 선거가 열렸습니다. 아홉 살 첫째와 일곱 살 둘째가 주도한 ‘우리 가족 대장 뽑기’ 선거였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은 진지했습니다. 거실 커튼을 가림막으로 정하고 ‘마이 멜로디‘캐릭터 도장. 그리고 장난감 상자로 투표함을 만들더군요.
"엄마 아빠, 절대 보면 안 돼! 비밀투표야." "개표할 때도 다 같이 서서 하나씩 확인해야 해.“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서 배운 선거의 4대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 애썼습니다. 투표용지를 하나씩 펼쳐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개표를 마쳤을 때, 우리 가족은 한바탕 시원하게 웃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상식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 다 배운다"는 말이 다시 실감되더군요. 원칙을 지키는 과정 자체가 모두에게 신뢰를 준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미 몸으로 배우고 있었습니다.
실제 투표일에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투표는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권리이자 의무이니까요. 함성연에서 늘 투표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에서 들려온 '투표용지 부족 사태' 소식은 당혹스럽고 안타까웠습니다. 행정적 결함을 떠나, 보도되는 뉴스를 보니, 실로 아연실색할 따름입니다. 선거의 승패보다 더 큰 상처는 선거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작은 가족 선거를 떠올려 봅니다. 거실 커튼 뒤에서 숨을 죽이며 "비밀투표"를 외치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선명합니다. 딸아이가 저를 뽑지 않아 대장이 되지 못한 게 서운했을 지언정, 투표 용지에 찍은 그 마음이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었기에 우리 가족은 함께 웃을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 심어줘야 할 가치는 특정 정당의 정치적 입장은 아닐 겁니다. 투명한 절차를 믿고, 책임 있게 참여하며, 결과를 존중하는 시민의 자세입니다.
이 첫걸음은 언제나 투표일테죠. 하지만 투표만큼이나 중요한 건 결과에 대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라고 여깁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선거에 참여 할 때, "우리나라 선거는 믿을 수 있어"라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세상을 물려줘야 할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