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FIFA 월드컵이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막을 올렸다. 그런데 첫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그라운드에 먼저 들어선 것은 공이 아니라 정치였다. 아프리카 정상급으로 꼽히던 소말리아 주심은 비자를 손에 쥐고도 미국 공항 문턱에서 막혔고, 본선에 오른 이란은 추첨식 자리를 비웠다. 1930년 우루과이의 작은 잔치로 태어난 월드컵은 96년 만에 6억 5,500만 달러가 걸린 무대로 커졌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 뒤에서, 국경과 권력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줄을 긋고 있다.
공이 처음 굴러간 곳은 1930년 우루과이였다. 작은 잔치였고, 그라운드 위에는 오직 축구만 있었다. 그러나 사실 스포츠와 정치가 분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934년 무솔리니는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파시즘 선전 도구로 삼았고, 대회가 이탈리아에 유리하게 조작되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1978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경기장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반체제 인사를 고문하면서, 월드컵을 '더러운 전쟁'을 가리는 가면으로 썼다. 2022년 카타르는 인프라 사업에 약 2,20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그 공사 과정에서 약 6,500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공은 늘 화려했지만, 그 공을 굴린 손은 늘 정치였다.
2026년 대회는 역사상 최대 규모다. 2022년 카타르의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었고, 경기 수는 104경기에 이른다. 무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16개 도시로 펼쳐졌지만 그 중심은 미국이다. 104경기 가운데 78경기, 약 75%가 미국에서 열리며 8강 이후 모든 경기가 이곳에서 치러진다. FIFA가 내건 상금 총액은 6억 5,500만 달러, 우승국은 5,000만 달러를 가져가며, 본선에 오른 모든 나라는 그라운드를 밟기 전 약 150만 달러의 준비금을 받는다.
그러나 돈의 크기만큼 정치의 그림자도 짙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 제한은 이란을 포함한 12개국 국민의 전면 입국을 막고 있다. 이란은 본선 진출권을 따냈지만, 축구협회장에게 비자가 발급되지 않자 지난해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본선 추첨식을 보이콧했다. 입국 금지국 명단에 오른 아이티 역시 본선에 올랐다.
CNN 튀르크 보도에 따르면, 이란 대표팀은 미국 내 캠프 설치가 허용되지 않아 경기마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고, 세네갈과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이례적인 보안 검색을 거쳤다. 같은 매체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66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진정하고 마음을 놓으라"는 취지로 말했으며, 미국과 면세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상당수 나라가 상금에 이중과세를 떠안을 처지라고 전한다.
정치의 휘슬이 가장 날카롭게 울린 곳은 마이애미국제공항이었다. 소말리아 출신 주심 오마르 압둘카디르 아르탄은 개막을 앞둔 주말, FIFA가 선임한 52명의 월드컵 주심 중 한 명으로 미국에 도착했으나 입국을 거부당했다. 유효한 비자와 외교 여권을 지니고 있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심사상의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아르탄은 공항에서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경유지인 이스탄불로 되돌려보내졌고, 조사관들은 그에게 소말리아 정치와 무장조직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소말리아 최초의 월드컵 주심이 될 뻔했던 그는 "그들이 내 나라를 문제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국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모가디슈 공항에는 하늘색 국기를 두른 인파가 몰렸고, 그는 영웅처럼 어깨에 들려 환영받았다. 패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엄이 만든 환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