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일을 끌어온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마침내 협상 테이블의 끝자락에 닿았다. 워싱턴의 한 고위 당국자는 양측이 그 어느 때보다 합의에 가까워졌다며, 며칠 안에 서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 농축우라늄의 미국 이관, 그리고 닫혔던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까지—합의문에는 중동의 지도를 다시 그릴 조항들이 담겼다. 그런데 모두가 환호하는 이 그림 한가운데, 한 나라의 자리가 묘하게 비어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총성은 105일 동안 멈추지 않았다. 3개월 반을 끌어온 이 전쟁은 세계 원유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닫아걸었고, 유가 충격을 일으켜 세계 성장 전망까지 흔들었다. 발단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와 미사일 역량을 정조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하면서 12일간의 충돌이 시작됐고, 그 불씨는 여덟 달 뒤 더 긴 전쟁으로 번졌다. 닫힌 해협 앞에서 유조선들이 멈춰 섰고, 기름값은 출렁였으며, 그 여파는 한국의 주유소 가격표에까지 닿았다. 전쟁은 멀리 있는 듯하나, 그 비용은 늘 우리 곁에 와 있다. 그렇게 모두가 출구를 찾던 자리에서 협상의 문이 열렸다.
AA 통신을 인용한 CNN 튀르크 보도에 따르면, 전화 기자회견에 나선 미국 고위 당국자는 합의 타결 가능성을 80~8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합의의 골격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과 봉쇄 해제, ▶둘째 이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 ▶셋째 농축우라늄의 미국 통제권 이관, ▶넷째 역내 장기 안정과 평화 과정의 지원이다.
이란의 고농축우라늄은 현지에서 먼저 무력화한 뒤 국외로 반출하는 수순이 거론된다. 다만 고농축우라늄 재고를 어떻게 들어낼지에 대한 기술적 세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대가도 단계적이다. 제재는 점진적으로 풀리고, 봉쇄 해제와 더불어 이란은 다시 원유를 자유롭게 팔 수 있게 된다. 당국자는 은행 거래의 정상화와 동결 자산에 대한 접근이 합의 이행에 연동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결 자산은 외교 진전에 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가 풀릴 수 있다. 양해각서가 서명되면 60일간의 '기술 협상' 기간이 시작된다.
합의가 거의 손에 잡히는 이 순간, 정작 시선이 쏠리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을 비롯한 역내 동맹들이 과정을 통보받았으며 합의를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입에서 미묘한 단서가 흘러나왔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군사작전이 협상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발언, 그리고 이란이 합의를 어길 경우, 이스라엘이 안보를 이유로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모두가 펜을 든 자리에서, 한 나라는 여전히 방아쇠 곁에 손을 두고 있는 셈이다. 협상의 무대가 워싱턴과 테헤란이라면, 실제 중재의 동선은 더 복잡하다.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의 막후 조율은 파키스탄이 이끄는 중재단이 맡아 왔다. 합의를 향한 길이 직선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류 위의 잉크는 거의 채워졌다. 그러나 잉크가 마르는 일과 평화가 뿌리내리는 일은 다른 문제다. 호르무즈의 빗장이 풀리고 우라늄이 국경을 넘어도, 이스라엘의 자리가 비어 있는 한 이 합의는 절반의 지도일 뿐이다. 전쟁을 멈추는 데에는 두 손의 악수면 족하지만, 평화를 지키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세 번째 손까지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 며칠 안에 서명이 이뤄질지, 아니면 또 한 번 펜이 멈출지는 아직 누구도 단언하지 못한다.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서명의 순간이 아니라, 그 뒤에 비어 있던 자리가 어떻게 채워지는가이다. 합의는 전쟁의 끝일까, 아니면 새로운 긴장의 시작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