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 달 가까이 세계의 숨통을 조여 온 전쟁이 마침내 끝의 문턱에 닿았다. 그런데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린 입은 워싱턴도, 테헤란도 아닌 이슬라마바드였다. 파키스탄 총리가 "평화가 이토록 가까운 적은 없었다"며 합의 도달을 선포하자, 곧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는 이제 완료됐다"고 화답했다. 한 줄기 물길을 둘러싼 길고 긴 대치가, 이제 잉크가 마르기만을 기다린다. 그 막전막후로 들어가 본다.
미국과 이란은 약 석 달 동안 전쟁을 끝낼 합의문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 왔다. 그 길목마다 중재자들이 분주히 오갔고, 카타르 대표단은 이날 아침에도 최종 문안을 다듬기 위해 테헤란을 찾았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변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통화에서, 합의가 본래 더 일찍 매듭지어졌어야 했으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몇 시간을 지연시켰다고 토로했다. 그는 베이루트 공습을 겨냥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비비가 왜 그런 끔찍한 공격을 벌여야 했는지 모르겠다. 몹시 화가 났다"며, 헤즈볼라를 향한 추가 공격을 멈춰 합의를 막지 말라고 직접 요구했다고 밝혔다. 동맹의 정상에게조차 날을 세울 만큼, 트럼프에게 이 합의는 절박한 과제였던 셈이다.
합의의 알맹이는 묵직하다. 한 이란 당국자가 로이터에 전한 바에 따르면, 테헤란은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되,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핵 현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이란 영토 안에서 희석하는 데 동의했고, 최종 합의 전까지 새 제재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석유 제재 역시 일정 기간 유예돼, 이란은 다시 원유를 내다 팔 길이 열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돈이다. 이란 측 설명으로는 동결 자산 가운데 약 250억 달러가 직접 현금 이전과 역내국 협력, 금융 신용 라인을 통해 풀린다. 다만 트럼프는 "이란에 현금을 건네는 일은 없다"며 결을 달리해, 합의 해석을 두고 양측의 온도 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대가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모든 상선에 즉시 열고, 미국은 해상 봉쇄를 거둔다.
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14일 엑스(X)를 통해 "치열한 협상 끝에 미국과 이란의 평화합의가 도출됐다"며, 양측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 영구히 중단하기로 선언했다고 밝혔다. 공식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리며, 그에 앞서 각 측이 전자서명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발표가 나오자 트럼프는 곧장 "호르무즈 해협의 무료 개방과 미국 해군 봉쇄의 즉각 철폐를 전면 승인한다"며 "세계의 배들이여, 엔진을 켜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같은 시각, 테헤란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남부 공습에 이란 군부는 "손가락은 방아쇠에 있으며, 적의 심장을 쏠 준비가 됐다"고 경고했다. NTV 보도에 따르면 이란 지도자 무체타바 하메네이의 수석고문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는 "제로 아워가 왔고, 미사일 발사대가 준비되고 있다"는 험악한 말까지 내놓았다. 평화의 서명을 코앞에 두고도, 보복의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한 손으로는 평화 문서에 서명하고, 다른 손으로는 미사일 발사대를 매만지는 풍경. 이것이 지금 중동이 서 있는 자리다. 트럼프의 호기로운 한마디에 국제 유가는 출렁였고, 멈춰 섰던 유조선들은 다시 뱃고동을 울릴 채비를 한다. 그러나 종이 위의 합의가 곧 현장의 평화는 아니다. 19일 스위스에서 펜이 종이에 닿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한참을, 이 지역은 약속과 위협이 아슬아슬하게 맞물린 외줄 위를 걸어야 한다. 석유가 다시 흐른다 한들, 그 물길 위로 흐르던 불신과 공포까지 단번에 씻기지는 않는 법이다. 과연 이번 주말, 우리는 진짜 평화의 서명을 보게 될 것인가, 아니면 또 한 번 미뤄진 약속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