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보다 오해가 먼저 도착하는 곳이 있다. 바로 관리사무소이다.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왜 안 받으세요?”
“항상 똑같이 말만 하잖아요.”
“왜 이렇게 불친절하죠?”
전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이런 말들은 때로는 오해이고, 때로는 진심이다. 하지만 관리실은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고치기 위해 뛰고 있을 뿐이다.
관리사무소는 아파트의 심장이다. 매일 아침, 누군가는 보일러 온도를 조정하고, 누군가는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전화를 받는다. 누군가는 복도 불이 나갔다고 뛰쳐나가고, 누군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밴 담배 냄새 때문에 숨을 참고 집까지 올라왔다며 화가 난 목소리가 울려퍼질정도의 불만을 듣고, 엘리베이터가 빨리 오지않아서 결국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는, 지친 퇴근길의 불만이 관리실로 향한다. 이렇게 다양한 민원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관리사무소 문을 두드린다.
모든 민원이 똑같이 시급한 건 아니다. 그러나 모든 민원은 각각의 입주민에게 하나뿐인 불편이다. 그래서 목소리의 크기 뒤에 있는 마음의 무게를 관리실 직원들은 안다. 하지만 종종 그 마음들이 겹치고, 엇갈리고, 오해가 오해를 부른다. 그리고 불친절하다는 말은 언제나 가장 빨리 도착한다.
몇 번이나 전화했다는데 왜 전화를 안 받았을까?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는 가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순간 생기는 생각은 “왜 또 전화를 안 받아?”일 것이다. 무시당하는 기분마저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정들이 숨어 있다.
관리사무소는 단순히 ‘전화 받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전화는 ‘일 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연락했고, 누군가는 주차된 차량에 불만을 터뜨렸고, 누군가는 고양이 배설물 문제로 항의하러 찾아왔다. 관리실 직원은 이 모든 현장을 직접 확인하러 나가야만 한다. 그 순간, 사무실 전화는 빈자리 위에서 벨만 울릴 뿐이다.
또 어떤 날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한 명은 위층으로 올라가고, 다른 한 명은 수도실에서 수압 점검을 하고 있다. 사무실에 아무도 없을 때, 전화는 당연히 받아지지 않는다. 전화가 울리는 그 순간, 직원은 현장에서 이미 일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관리업무 특성상 한 사람의 통화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한 입주민의 민원을 15분 이상 듣고, 처리 방안을 설명하고, 시설팀에 연락하고, 결과를 회신하고 나면 다음 전화는 이미 놓쳤을 수도 있다. 이처럼 ‘전화를 안 받는다’는 오해는 대부분 물리적 한계와 상황 때문이다.
관리실은 무시하거나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동시에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생기는 한계에 부딪히는 것뿐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두 번째 연락수단이다. 문자로 상황을 남기거나, 민원 앱에 정확한 위치와 증상을 등록하거나, 단지 게시판에 메모를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줄의 정보가, 전화 한 통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될 수도 있다. 그리고 관리실은 확인되는 즉시, 분주히 다시 움직일 것이다.
아파트는 작지만 복잡한 사회와 같다. 아파트는 단순한 건물 덩어리가 아니다. 각각의 집이 있고, 다양한 세대가 있고, 여러 개의 가치관이 함께 사는 작은 도시다. 그리고 그 도시의 컨트롤타워가 바로 관리사무소다. 위층 발소리, 계단 센서등 고장, 주차 위반, 물탱크 누수, 고양이 배설물, 회수되지 않은 택배까지 하루에도 수십 건의 민원이 들어온다. 하지만 관리실도 사람이 근무하는 곳이다.
긴급 상황 대응, 시설 점검, 입주민 상담, 계약 관리, 청소 인력 관리, 민원 답변, 입주자 대표회의까지 관리소 직원 한 명 한 명은 업무 시간 대부분을 전화와 현장에서 보낸다. 누군가에게는 전화 한 통이지만, 관리실엔 열 번째 전화일 수 있다. 관리실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일부러 불친절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때때로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목소리에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민원을 가장 잘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확한 정보, 그리고 이해심 있는 말 한마디이다.
사례 하나를 들어보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어요!”라는 민원은 너무 짧다. 어느 동인지, 몇 층인지, 어떤 증상인지, 언제부터인지를 덧붙여주면 관리실은 훨씬 빠르게,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민원은 보통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왜 안 고쳐줘요?”보다는 “이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라고 물어오신다면, 오히려 서로가 훨씬 덜 상처 받고 더 빠르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관리사무소도 우리 이웃이다. 어느 관리사무소 직원은 이런 말을 한다. “모든 민원이 고맙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문제를 대신 봐주는 거니까요. 다만, 말 한마디에 담긴 온도는 우리 모두에게 큰 차이를 만들어요.” 관리실도 불친절하다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
말이 오가다가 마음이 멍드는 일도 많다. 그럼에도 매일, 변기에서 넘친 물을 치우고, 화단을 정리하고, 야간까지 순찰을 돈다. 누군가 보기에는 단순한 업무처럼 보여도, 그들의 하루는 ‘조용히 누군가의 하루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 아파트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작은 말 한마디가, 작은 이해 한 줄이, 이 동네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
민원이 잘 해결되는 세 가지 마음가짐이다. 민원은 꼭 정중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조금만 더 정확하고 구체적이면,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릴 수 있다면, 모두가 편해진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사이에 더 따뜻한 소통을 만들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해보자.
▲ 문제의 위치와 시간을 꼭 알려주세요.
→ “계단 센서등이 꺼졌어요”보다는 “103동 5층 계단 센서등이 오늘 오후부터 꺼져 있어요”가 훨씬 빠르게 처리됩니다.
▲ 전화 연결이 안 되면 앱이나 문자로 남겨주세요.
→ 회의나 현장 응대 중일 수 있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기 위해선 기록이 남는 게 더 중요합니다.
▲ 절차를 함께 묻는 태도는 문제 해결의 지름길입니다.
→ “왜 안 해줘요?”보다는 “이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라는 말이 훨씬 빠르게, 정확하게 해결됩니다.
아파트는 함께 사는 집이다. 관리실도, 입주민도, 그 하루의 주인공이다. 민원 하나, 전화 한 통, 말 한마디가 그날의 기온을 정한다. 불쾌함은 쉽게 퍼지지만, 배려도 그만큼 빠르게 전해진다. 관리실이 더 따뜻해지면, 아파트도 더 편안해진다. 아파트의 하루는 관리실에서 시작돼, 우리 모두로 완성된다. 그러니 오늘 하루, 따뜻한 이해 한 마디를 나눠보면 어떨까.
아파트는 함께 사는 집이다. 관리실도, 입주민도, 그 하루의 주인공이다. 민원 하나, 전화 한 통, 말 한마디가 단지의 온도를 바꾼다. 불쾌함은 쉽게 번지지만, 배려는 그보다 더 깊게 퍼진다. 관리실이 따뜻해지면, 아파트도 편안해지고,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수록 이곳은 진짜 ‘우리 집’이 된다.
아파트의 하루는 관리실에서 시작되고, 그 하루의 끝은 이웃과의 작은 배려로 완성된다. 그러니 오늘 하루, 다그치는 말 한마디 대신, 먼저 건네는 따뜻한 이해 한 줄이 이 동네를 조금 더 ‘살고 싶은 곳’으로 바꿔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