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가 사라진 곳에는 어둠이 깃든다. 그 어둠을 베어내는 이는 문수보살이다.
문수보살(文殊菩薩)은 불교 4대 보살 중 하나로, 산스크리트어로 만쥬스리Manjusri라 불린다. ‘아름다운 영광’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문수보살은 부처님의 깊은 지혜를 형상화한 존재다. 불교 경전에서 그는 부처님의 설법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진리를 밝히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모습은 사자 위에 앉아 한 손에는 번뇌와 무명을 단칼에 끊는 지혜의 검, 다른 한 손에는 깨달음과 진리를 담은 경전이 놓인 연꽃을 든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는 문수보살이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실천적 지혜’를 전하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문수보살이 든 지혜의 검은 번뇌, 집착, 무지와 같은 마음속의 어둠을 잘라내는 상징이다. 이 검은 물질적인 무기가 아니라, 불법(佛法)을 깨닫게 하는 정신적 도구다. 반면 경전이 얹힌 연꽃은 깨달음의 씨앗을 피우고 가꾸는 수행의 길을 나타낸다.

검은 ‘즉시의 각성’을, 책은 ‘지속적인 수양’을 상징하며, 둘이 함께 있을 때만 온전한 지혜가 완성된다. 불교 수행에서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한 쌍으로, 깨달음은 날카로운 통찰과 꾸준한 실천이 만나야 비로소 깊어진다.
전통 불교 미술과 경전에서 문수보살은 사자나 호랑이를 거느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자는 부처님의 설법이 사자후(獅子吼)처럼 힘차고 두려움 없이 세상을 울린다는 뜻을 담는다. 호랑이는 보호와 용맹, 그리고 진리를 지키는 단호함을 상징한다.
문수보살이 사자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그의 가르침이 단순히 부드러운 깨우침이 아니라, 무지를 몰아내고 세상을 진리로 진동시키는 힘을 가졌음을 드러낸다.
오늘날 우리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지혜를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문수보살의 가르침은 현대인에게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요구한다.
그의 검은 “집착을 버리고 불필요한 것을 끊어내라” 하고, 책은 “배움을 멈추지 말라” 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모든 답을 줄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해답은 내면에서 길어 올린다.
결국, 문수보살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혼돈 속에서 본질을 잃지 않는 지혜다. 이는 직장에서의 의사결정, 인간관계의 갈등, 삶의 가치 판단 등 모든 상황에서 유효하다.
문수보살, 곧 만쥬스리는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스승이다. 그의 검은 어둠을 가르고, 책은 길을 밝힌다. 오늘도 그는 우리 각자에게 묻는다.
“그대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