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식물이 사람을 잡았다" 멸종위기 식충식물과 25년을 살아온 한 남자의 기록

도심에서 시작된 작은 식물 사랑, 지구를 지키는 생애의 철학으로 피어나다.

절도와 배신, 오해를 견뎌낸 고요한 농부의 삶의 궤적

포식자 식물을 기르며 배운 것들-생명, 책임, 그리고 인간의 미래

경남고성의 예진식물원 김주용대표(사진제공: 예진식물원)

"자연은 연약해 보이지만, 가장 치밀한 생존 전략가다."
한 농부가 25년간 지켜온 신념이 있다. 그가 기른 식충식물들이 바로 그 증거다. 이들은 '약한 존재'에서 가장 강한 포식자로 진화한 자연의 걸작이다.

 

햇빛 없는 빌딩 사이에서 피어난 식물 사랑 김주용. 그는 식물을 사랑했다. 관공서와 학교에서 문턱이 닳게 찾아오는 바쁜 사진관에서 그가 돌보는 식물은 삶의 큰 활력소였다.

 

자신의 건물벽과 건물 사이에 설치한 자신만의 식물갤러리. 영국과 유럽을 오가며 즐겨보던 식물원의 정원을 흉내 내어 세상의 온갖 희귀한 꽃과 나무를 가꿨다. 햇빛이 부족한 빌딩 사이는 늘 그의 고민이었고 당시에 고가의 식물재배등으로도 역부족이었기에 그는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식충식물은 외형뿐만 아니라 생태가 완전히 달랐어요. 햇빛이 넉넉하지 않아도 척박한 곳에서 벌레를 잡아먹으며 살아온 이 포식자들은 생태계 최하위에서 말 그대로 포충하여 식충을 하는 혁명으로 진화한 식물이었습니다." 나의 환경에서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작한 식충식물과의 동거는 이후 김주용 대표를 25년간 이끌어온 길이 되었다.

 

'포식자 식물'을 위한 농장, 경남 고성에 뿌리내리다.
도시를 떠난 그가 택한 곳은 경남 고성의 논 한가운데였다. 오랜동안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온통 벼로 둘러싸인 곳. 뒤로는 일월오봉도를 연상시키는 연무가 아름다운 거류산이 병풍이 되어주는 고즈넉한 곳이었다.

 

자신의 건물에서 스무 살 청춘부터 운영해온 '예진사진관'은 그의 첫 직장이자 삶의 원동력이었기에 농장의 이름은 '예진식물원'이 되었다. 포충기관인 네펜데스의 포충낭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징그럽다', '변태 같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취미가로 활동할 때부터 EBS며 동네 어린이들의 산교육장이 되어왔던 예진사진관이었다.

 

그는 단순한 수집가로 시작하여 멸종위기식물인 네펜데스를 국내에 공식적으로 들여오는 몇 안 되는 수입자가 되었다. "파리지옥!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파리지옥으로 많이 알려진 이 식충식물은 사실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강인한 생존전략가입니다."

 

그가 수입하는 네펜데스는 국제멸종위기관리대상으로 CITES 발급 필수 종들이다. 그만큼 검역, 통관, 허가 등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만 들여올 수 있는 식물이다. 25년간 모든 과정을 직접 해오며, 그는 '농부이자 어린이들의 꿈을 키우는 식충식물 교육자'가 되었다. 바로 어린이, 어른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브랜드 "네펜코리아"를 설립한 것이다.


상처와 성장의 시간- 선의가 낳은 예상치 못한 결과
이 작은 식물원을 거쳐간 어린이들 중 많은 이가 학자, 과학자, 의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환경의 한 학생을 오랫동안 도왔지만, 그 선의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희귀 식물의 절도 사건이 반복되면서 결국 큰 상처가 되었다.

 

이 사건 이후 김주용대표는 농장 운영 방식을 바꿔야 했다. 현재 예진식물원 네펜코리아는 안전상의 이유로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과거 누구나 마음 편히 찾아오던 열린 공간에서 조심스러운 운영으로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계속된다. 십수 년간 성장한 친구들은 여전히 왕복 10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농장을 찾는다. 그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식물원이 아닌 꿈의 출발점이다. "EBS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한 학생은 이제 미국 박사과정을 앞두고 있어요. 중학생 때부터 어른들도 놀랄 만큼 정확한 자료를 내밀던 아이였죠."

 

온라인 스토어 운영을 통해서도 이런 변화를 체감한다. 주요 구매고객들의 배송지를 보면 대학 기숙사, 병원, 연구소가 많다. 영재학교나 과학고 진학을 앞둔 학생들의 주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아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불법 채집과 유통, 그리고 '지켜야 할 생태계'
아름다움은 욕망을 부른다. 네펜데스는 세계적으로 그 아름다움과 수집 욕구 때문에 불법 유통이 활발하다. "사이테스(CITES) 인증 없이 거래되는 식충식물은 모두 불법입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실제로 현재 거래되는 네펜데스의 70~80%는 불법 유통 물량이라는 정설이 있다. 김주용대표는 '가짜'를 경계하며, '진짜'를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그는 단순히 식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지구상 작은 생태계 보고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이들에게 식충식물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은퇴 없는 농부, 그가 사는 방식
그의 하루는 고요하다. 식물을 살피고,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때로는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기업, 단체 강의를 준비한다. 네펜코리아는 심플하게 운영되는 농장이자 국제멸종위기종 생태계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지구환경 플랫폼이다. 현재 네펜코리아는 영농법인을 준비 중으로 굿즈 제작, 워크북을 비롯한 출판 기획 또한 진행 중이다. 그는 말한다. "농업은 은퇴가 없습니다. 이 일이 저에게는 직업이 아니라, 인생입니다."


식충식물의 세계는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
김주용대표는 거창한 꿈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자신의 농장에서 '벌레를 잡는' 작고 화려한 식물 하나하나를 돌본다. 하지만 그 식물은 누군가에겐 과학의 출발점이고, 누군가에겐 인생의 동반자이며, 누군가에겐 이 시대의 생명윤리를 묻는 질문이다.


"벌레를 잡는 그 식물이 사람을 잡았다."
김주용대표는 취미가로 시작한 자신의 컬렉션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로 공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작성 2025.08.11 10:34 수정 2025.08.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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