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 창작의 적인가 동반자인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창작 활동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글쓰기, 음악, 그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AI는 빠르게 창작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의 편리함 이면에는 '표절'과 '저작권 침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최근 몇 달 사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
호주의 대표적인 작가협회와 예술가 단체들은 AI가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AI가 마치 도둑처럼 인간의 창작물을 수집해 무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동시에 호주 정부는 생성형 AI의 기술 혁신을 지원하겠다며 ‘AI 친화적’ 저작권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어, 예술계와 정부, 기술기업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호주 작가협회, 생성형 AI의 '무단 학습'에 법적 대응 시사
호주 문학계와 예술계가 생성형 AI의 데이터 학습 방식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호주 작가협회(ASA)는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본인의 동의 없이 AI 모델 학습에 이용되었다"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협회는 최근 내부 회의에서 주요 기술기업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구체적인 소송 절차를 위한 자료 수집에 착수했다.
ASA의 제니퍼 먼로 회장은 "AI가 책, 시, 기사, 블로그 등 우리가 수십 년에 걸쳐 창작한 콘텐츠를 무단으로 긁어가고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약탈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작가들은 특히 오픈AI, 구글, 메타 등 주요 AI 개발사들이 훈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실제로 일부 AI 모델이 출력한 문장에서 특정 작가의 문체나 표현이 거의 그대로 드러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흐름과 맞물린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작가와 콘텐츠 제작자들이 AI 모델에 대한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ASA는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단체들은 "AI가 창작자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결국 창작자들이 AI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정부, 저작권법 개정 초안 공개…AI 훈련 데이터에 ‘면책’ 포함 논란
호주 정부는 2025년 중반, 생성형 AI의 상용화 가속에 대응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 초안을 전격 공개했다. 이 초안에는 AI 개발 기업들이 '공공 콘텐츠'를 데이터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한 법적 면책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동시에 창작자 보호를 강화하는 절충점"이라 주장하지만, 예술계와 시민단체는 이를 “AI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조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AI 학습용 데이터 수집이 ‘합리적 목적’ 하에서 이뤄질 경우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둘째, 원작자 명시 의무는 있지만, 사전 동의를 필수로 하지는 않는다. 셋째, 정부 주관의 ‘AI 투명성 플랫폼’을 만들어 AI 모델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기술기업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문학계와 예술계는 즉각 반대 성명을 내며 ‘창작자의 동의 없는 데이터 수집은 도둑질’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창작물의 정의와 AI가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공백이 문제의 본질”이라 지적한다.
기술기업 vs 예술계, 저작권 패권 다툼 본격화
생성형 AI를 둘러싼 호주의 저작권 논란은 이제 기술기업과 예술계 간의 본격적인 ‘패권 다툼’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픈AI, 구글, 메타, 애플 등 글로벌 AI 기술 기업들은 "AI의 발전은 인간의 창작 능력을 증강시키는 수단일 뿐"이라며,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에 따라 콘텐츠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예술계는 이 논리를 전면 부정한다. ASA, NAVA, ADG 등은 “AI가 인간의 창작물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창작의 탈취’이자 ‘지식의 식민화’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충돌은 단순한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미래를 누구의 손에 맡길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례와 비교해 본 호주의 AI 저작권 정책 방향
미국에서는 작가 단체들이 오픈AI, 메타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미 저작권청은 생성형 AI 산출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유럽연합은 ‘AI 법안’을 통해 고위험 AI 시스템의 투명성과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며, 사전 동의와 데이터 출처 명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일본은 기술 진흥을 우선하며 데이터 마이닝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호주는 이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하지만, 현재의 초안은 기술 기업에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AI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기술 진보와 창작자 권리 사이
AI가 가져올 경제적 기회와 기술 주권 확보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창작자의 권리를 희생시켜서만 가능하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성을 위협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저작권은 단지 법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창작이 보호받고 누구의 노동이 정당하게 보상받는가에 대한 정의의 문제다.
한국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어, AI가 자체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는 창작에 인간의 개입이 얼마나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창작물이 생성된 경우, 인간 기여가 거의 없으므로 저작권 인정이 어렵다.
반면, 프롬프트 수정·선택·편집 등의 창작적 개입이 있으면 저작권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 지배적이다. 저작권 논의의 핵심은 인간과 AI 간의 창작 협력 구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학계·산업계·정책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며, 교육 및 가이드라인 정비도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창작자의 권리와 기술 발전이 공존할 수 있는 길, 그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혁신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