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화면, 같은 감정: 밈이 감정을 수출하는 시대
“이 장면, 나도 봤어!”
SNS 타임라인을 넘기다 보면 매일같이 반복되는 밈, 유행어, 클립들이 눈에 띈다. 누군가는 ‘너무 웃겨서 미쳤다’며 댓글을 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게 왜 웃긴 거야?’라며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다음 날, 그 사람도 똑같은 밈을 공유하고 웃고 있다.
밈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감정의 도구이자, 공동체의 암호다. ‘짤’ 하나로 의사를 표현하고, 짧은 클립 하나로 연대를 느끼는 시대에 우리는 감정조차도 공유 가능한 콘텐츠로 취급한다. 알고리즘은 그런 콘텐츠를 알아서 골라준다. 내 친구가 웃은 콘텐츠, 내가 어제 멈칫한 클립을 다시 띄워주며 “이거, 너도 좋아할 걸?”이라고 속삭인다.
이제 디지털 공간에서 웃고 울고 분노하는 감정들은 점점 더 똑같아진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콘텐츠를, 같은 시점에 접하면서 ‘공감’이라는 이름의 동시화된 정서를 경험한다. 감정의 흐름조차 콘텐츠의 흐름과 분리되지 않는 지금, 우리는 정말 ‘나’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걸까?
소비자가 아니라 데이터다: 당신은 콘텐츠를 ‘선택’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당신을 위한 추천"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광고주를 위한 데이터 축적기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선택’을 돕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제한하고 유도한다. 우연히 클릭한 영상 하나가 다음 콘텐츠를 결정하고, 그 결정은 다시 우리의 관심을 결정짓는다.
이 알고리즘은 단지 콘텐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과 감정, 관심사와 성향까지 길들이고 조종한다. 사용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알고리즘이 의도한 루트를 따라 걷는 중이다. 심지어 ‘추천’이라는 말조차도 오해다. 그것은 ‘이 콘텐츠를 보게 될 것이다’에 더 가깝다.
예측 가능한 인간이 되어간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클릭, 머무는 시간, 좋아요, 심지어 스크롤 속도까지 분석해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 심지어 쾌락적으로 — 진행된다는 점이다.
웃음도 분노도 알고리즘의 계산이다
온라인에서의 감정은 ‘자연 발생적’이지 않다. 우리가 특정 이슈에 분노하게 되는 데에는 숨은 연출자가 있다. 알고리즘은 감정적으로 반응이 많은 콘텐츠를 우선순위에 둔다. 분노, 슬픔, 충격은 관심을 끌고, 관심은 광고수익으로 연결된다. 플랫폼은 그것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게 된다.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 폭언, 논란이 되는 클립, 누군가의 실수나 분노가 담긴 장면이 빠르게 확산된다. 그렇게 분노가 상품이 되고, 불쾌감조차도 클릭률을 높이는 도구가 된다. 문제는 이것이 반복되면 감정의 임계치가 무뎌진다는 것이다.
지치고, 피로하고, 감정적 공황 상태에 빠지기 쉽다. “왜 이렇게 세상이 험악하지?”라는 느낌은 사실 ‘세상’이 아니라 ‘콘텐츠’의 문제일 수 있다. 감정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정서가 피폐해지는 이 경험은 지금의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낸 집단적인 감정 소비 현상이다.
디지털 피로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법
정말 무서운 건, 이 모든 흐름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짧고 빠른 콘텐츠, 남이 대신 화내주는 구조, 즉각적인 웃음. 피로한 일상에서 그것은 마치 해방 같고, 아무 생각 없이 웃다 보면 시간이 훅 지나간다.
그러나 웃음 뒤에 남는 것은 공허함일 수도 있다. 감정은 쓰고 나면 회복이 필요하다. 디지털 피로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려면 우선, ‘추천’이라는 함정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직접 검색하고, 오래된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보다 감정을 성찰하게 하는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을 ‘팔아먹는’ 도구에 불과하다. 감정의 주도권을 다시 쥐기 위해선 나의 클릭이 곧 세상을 구성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개인의 감정마저 디지털 문화의 일부로 흡수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나의 감정이 아닌 알고리즘이 ‘추천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자신이 소비하는 콘텐츠가 자신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의심해야 한다. 선택받는 소비자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로 디지털을 바라보자. 우리의 감정은 더 이상 남의 알고리즘이 만들어선 안 된다.
image: AI 생성
본 기사는 칼럼리스트 겸 기자 김영미의 저작물로, 무단 복제·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