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로 인생 2막을 여는 시니어들
“60대가 유튜브를 시작한다고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거나 심지어 비현실적으로 들렸을 이 말이, 지금은 달라졌다. ‘할머니 유튜버’, ‘AI로 편집하는 아버지’, ‘디지털 창작자’라는 수식어가 더는 특별하지 않다. 시니어 세대는 스마트폰을 들고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영상으로 남기며, 세계와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AI 기술이라는 디지털 지팡이가 있다.
대한민국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기술을 못 배운다’는 고정관념은 무너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요리 비법을 전하는 할머니, 마을 소식을 전하는 해설사, 캠핑을 즐기는 60대 부부 크리에이터까지. 이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나누는 디지털 생산자다.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인생 2막을 누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배움’의 속도가 중요한 시대, 시니어들이 AI를 통해 두려움을 넘어선다는 사실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한국 사회의 디지털 포용성과 기술 확산력을 상징한다.
AI 편집툴, 노년의 창작욕을 깨우다
영상 편집은 전에는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컷 편집, 자막 삽입, 배경음악 설정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다뤄야 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AI 편집툴이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텍스트 입력만으로 자막이 자동 생성되고, 장면 전환이나 색 보정도 클릭 한 번이면 된다. 특히 클립챔프, 카멜리아, 빅터 AI, 캡컷, 피크닉 등은 직관적인 UI와 자동화 기능 덕분에 디지털 경험이 부족한 시니어에게도 친숙하다.
“내가 만든 영상이 이렇게 멋있다고요?”
처음 AI 편집 결과물을 마주한 시니어들의 반응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성취감, 업로드 후 시청자들과 나누는 피드백은 노년기에 흔히 잃기 쉬운 자존감과 소통의 감각을 되살린다. 영상은 글보다 부담이 덜하고, AI는 기술의 문턱을 낮춰 ‘일상을 콘텐츠로 바꾸는’ 기회를 제공한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시니어 세대에게는 자기 표현의 창구, 사회적 연결의 실마리, 그리고 새로운 직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폭제다.
시니어 유튜버의 탄생을 돕는 사회적 기반
디지털 기술은 개인을 변화시키지만, 변화의 속도는 사회적 기반에 달려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시니어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시니어 디지털배움터가 전국 1,000여 개소에서 운영되며, AI 기초, 스마트폰 활용, 영상 편집 기초 등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2023년 기준 이를 수료한 인원은 74만 명이 넘고, 이 중 유튜브 편집 기초 과정을 들은 수강생만도 8만 명을 웃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디지털 취업지원사업은 60대 이상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시니어 크리에이터 발굴 경진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시니어들의 사회 참여와 경제 활동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튜브는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무대가 아니다. AI는 세대의 벽을 허무는 도구다.
디지털 역량 격차? 넘을 수 있는 ‘마지막 장벽’
물론 현실은 늘 낭만적이지 않다. 많은 시니어가 여전히 디지털 장벽 앞에서 주저한다. 시작이 어렵고, 낯설고,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고성능 장비나 최신 기술이 아니다. 가장 필요한 건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의지 하나, 그리고 한 번만 도와주는 손길이다.
현재 시니어 유튜버의 약 70%는 첫 영상 제작을 자녀, 지역 커뮤니티, 또는 공공기관의 도움으로 시작했다. 상당수는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원’과 ‘첫 경험’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정부와 기업은 단발성 교육을 넘어, 지속 가능한 디지털 멘토링 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사람은 천천히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익힌 시니어는 누구보다 꾸준하고 진지하게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디지털 격차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그 장벽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시니어 크리에이터,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다
AI는 시니어 삶을 단순히 ‘편리하게 만드는 도구’를 넘어, 삶의 의미를 다시 구성하게 하는 수단으로 자리한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변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제 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튜브 속 60대 크리에이터 영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시니어라면, 또는 시니어가 가까이에 있다면, 스마트폰을 켜고 AI 편집 앱을 설치해 이를 체험해보자. 그리고 오늘 하루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기자.
디지털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의 가능성이다.
image: AI 생성
본 기사는 칼럼리스트 겸 기자 김영미의 저작물로, 무단 복제·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