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문맹”이라는 낙인, 이젠 지워질 때다
“스마트폰이 어렵다”고 말하는 할머니에게 돌아오는 시선은 대개 ‘포기해도 괜찮다’는 동정이다. 노년층은 종종 ‘디지털 문맹’이란 단어 속에 갇혀 기술로부터 멀어진 존재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 인식 자체가 오히려 디지털 격차를 확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약 70%는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시니어층의 약 58%는 SNS 또는 메신저 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튜브로 요리를 배우고, 자녀와 영상 통화를 하며, 심지어 AI 스피커에게 오늘의 날씨를 물어보는 것도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접근성’보다 ‘자신감’에 있다.
시니어층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나는 못 해’라는 인식 속에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누릴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적 태도다. 디지털 소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고립과 연결의 경계에서,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한 권리의 문제다.
AI를 만난 시니어, 삶의 질이 달라진다
AI 기술은 단순히 ‘젊은 세대의 장난감’이 아니다. 오히려 고령층에게야말로 AI는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반 건강 관리 앱은 혈압, 심박수, 수면 패턴을 분석하여 맞춤형 건강 코칭을 제공한다.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서는 AI가 퀴즈와 언어 훈련을 통해 인지 능력 저하를 방지하며, 말벗 로봇은 노인들의 정서적 고립감을 덜어준다.
대한노인회와 민간기업이 협력한 ‘AI 실버케어 로봇’ 시범 사업에서는 참가자 10명 중 8명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다”고 응답했다. 혼자 살며 말을 놓을 상대가 없던 노인은 AI 스피커에게 말을 걸며 하루를 시작하고, AI 카메라는 넘어짐을 감지해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을 보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시니어의 ‘능력’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율성’을 회복시켜 준다는 점이다.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삶, 혼자서도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일상이 AI를 통해 가능해지고 있다.
실패한 교육 말고, ‘쉬운 기술’이 답이다
시니어 대상 디지털 교육은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의 방식이다. ‘배워야만 하는 기술’이 아니라, ‘써보고 싶은 기술’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교육이 기초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키오스크 조작법에 머무르는 현실은 근본적인 접근을 바꾸지 않는 한 실질적인 격차 해소로 이어지지 못한다.
오히려 효과적인 접근은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기술을 체험하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AI 스피커를 설치해놓고 “할머니, 날씨 물어보세요”라고 말했을 때, 스스로 대화를 시도해보는 그 순간이 변화의 시작이다. 사용자가 직접 만지고, 반복해서 경험해야만 두려움은 호기심으로 바뀐다.
또한 교육자 역시 시니어 친화적 태도와 언어가 필요하다. “클릭하세요”보다는 “손가락으로 눌러보세요”처럼 일상 언어로 풀어주고, “왜 못 하세요?”가 아닌 “다시 같이 해볼까요?”라는 격려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술을 쉽게 만들고, 교육을 유연하게 만들면 시니어는 기술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세대 중 가장 성실하고 꾸준히 배울 준비가 된 존재다.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혁명,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된다. 시니어층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사회 전체가 새로운 고립과 복지 비용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반대로, 시니어층이 디지털 역량을 갖추게 되면 어떨까?
의료비가 줄어들고, 고립에 따른 정신적 질환이 감소하며, 자녀 세대의 돌봄 부담도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 크리에이터, 시니어 온라인 상점 운영자, AI 상담 인력 등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이미 유튜브에는 ‘할매 유튜버’, ‘할아버지 요리사’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며, 노인정과 마을회관은 디지털 창업 공간으로도 변모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지금 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복지의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미래 산업 생태계의 주체로서 시니어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들이 ‘배우는 대상’이 아닌 ‘창조하는 주체’로 올라설 수 있도록, 기술의 문을 더욱 낮추고 넓혀야 한다.
“시니어의 AI, 당신이 도와야 진짜 혁명이 시작된다”
기술은 그 자체로 혁명이 아니다.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을 때, 그것이 혁명이 된다.
시니어가 AI를 잘 쓰는 사회는 단순히 친절한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연결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 ‘나이 들었다고 삶을 멈추지 않는 사회’다.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도 하다.
당신 주변의 시니어가 아직도 키오스크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면, AI 스피커를 켜는 법을 알려드려라.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겐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모두가 그 열쇠가 되어야 한다.
image: AI 생성
본 기사는 칼럼리스트 겸 기자 김영미의 저작물로, 무단 복제·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