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로 공부하는 우리 아이, 정말 똑똑해지는 걸까?
1. 검색이 아니라 대화하는 세대, 아이들은 AI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엄마, 이 문제는 그냥 챗GPT한테 물어보면 돼.”
서울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 아이들 사이에선 이미 ‘챗GPT’가 비밀 무기처럼 통한다. 선생님의 설명이 어렵게 느껴지면, 친구들끼리 “그건 GPT가 더 잘 알려줘”라고 속삭인다.
놀라운 점은, 단순히 정보 검색을 넘어 **AI와 ‘대화’**하며 공부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엔 ‘검색’이라는 방식으로 키워드 중심의 정보를 얻었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챗GPT와 ‘질문-응답’을 통해 학습을 확장한다. 더 이상 검색 결과 페이지를 넘기며 원하는 답을 찾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질문을 입력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정리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챗GPT에 “이 문제 좀 쉽게 설명해 줘”라고 말하면, 선생님의 설명보다 더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준다는 것을. 때론 한글 숙제의 문장을 다듬거나, 독후감 주제를 찾고, 심지어는 코딩 과제를 도와달라고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공부 파트너’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편리한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하는 것이 정말 ‘공부’일까? 아니면 ‘의존’일까?
2. 생성형 AI, 교육 도구인가? 지식 왜곡의 출발점인가?
생성형 AI는 아이들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설명을 요청하면 실제로 학습 수준에 맞춘 답변이 돌아오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논리적으로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AI가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는 종종 사실과 다른 정보를 ‘자신만만하게’ 말하거나, 왜곡된 지식을 자연스럽게 포장한다.
예를 들어, 역사적 사건을 단순화하거나, 수학 문제의 풀이를 틀리게 안내하는 사례도 있다. AI는 감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잘못 이해하고 넘어가더라도 수정해주지 않는다. 질문이 조금만 모호해도 엉뚱한 답이 돌아온다.
또한, 일부 아이들은 ‘직접 생각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챗GPT의 답을 그대로 필사하는 방식으로 과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때 AI는 학습의 촉진자가 아니라 학습의 대체자가 되어버린다.
지식을 흡수하는 것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다르다.
생성형 AI를 통해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방’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3. ‘공부 잘하는 아이’의 새로운 기준, AI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AI 시대의 ‘공부 잘하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단순히 AI를 잘 쓰는 아이가 아니라,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자기화할 줄 아는 아이다.
이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AI 리터러시(AI Literacy)’다.
AI 리터러시는 단순한 도구 사용 능력을 넘어서, AI가 가진 한계, 오류 가능성, 편향성을 이해하고 이를 구별해내는 힘을 뜻한다.
예를 들어, GPT가 알려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이 정보는 어디서 왔지?”, “다른 자료와 비교해볼까?”라고 묻는 아이가 진짜 스마트한 아이이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나 창의융합형 교육과정에서는 AI 도구 사용법과 함께 AI 윤리 교육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이미 AI의 ‘허점’을 간파하고, 숙제를 맡기는 대신 오히려 정보를 재구성해 친구에게 설명하는 데 쓰기도 한다.
그렇다. 아이들이 AI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AI를 휘어잡는 역량을 갖추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의 목표다.
4.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질문: AI 사용을 막을 것인가, 가르칠 것인가?
이제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아이들의 AI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고 올바르게 쓰는 법을 가르칠 것인가?
물론, 무조건적인 금지는 쉽다. 하지만 그 금지령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AI에 접속하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적응한다. 기성세대가 못 따라간다고 해서, 미래 세대를 묶어둘 수는 없다.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AI와 함께 성장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실 안에서 AI 도구를 학습 도구로 적극 활용하되, 과제를 할 때는 AI의 도움을 어디까지 받았는지 명시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AI가 틀린 답을 주었을 때 아이들이 직접 그 오류를 찾아내는 활동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AI는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학습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AI가 알려주는 답보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 중요하다"
생성형 AI 시대에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챗GPT가 알려주는 답은 생각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답을 끌어내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힘, 그것이 진짜 실력이다.
초등학생과 AI의 만남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끌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답을 외우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답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다.
우리 아이가 AI 덕분에 똑똑해졌다고 믿고 싶다면, 먼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하고, 창조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자.
그리고 그렇게 자란 아이는 결국, 어떤 AI보다 똑똑한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image: AI 생성
본 기사는 칼럼리스트 겸 기자 김영미의 저작물로, 무단 복제·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