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맹, 새로운 사회적 격차를 낳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확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일상화는 사회 구성원에게 새로운 문해력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글 읽기와 쓰기 능력만으로는 정보 홍수 시대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 온라인 환경에서 정보를 찾아내고, 그 진위를 판별하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개인은 디지털 문맹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디지털 활용 능력 격차는 세대, 직업, 소득 수준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격차’를 낳고 있다. 통계청의 ‘2024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률은 20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러한 격차는 정보 접근권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곧 사회적 불평등으로 확산된다. 결국 개인의 삶의 질과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새로운 계급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첫 번째 조건: 디지털 리터러시
기업은 이제 지원자의 학벌이나 어학능력보다 디지털 역량을 먼저 살펴본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협업 툴을 활용한 프로젝트 관리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디지털 도구를 다루지 못하는 인재는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제조, 의료 등 전통 산업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현장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다. 최근 한 채용 플랫폼 조사에서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 1순위가 ‘디지털 활용 능력’으로 꼽혔다.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아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소통하며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통합적 역량을 의미한다.
호주의 데이터 센터 기업 NEXTDC는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45개 세부 역량 영역과 3단계 숙련도 수준으로 구성된 디지털 스킬 매트릭스를 도입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중심으로 협업 시나리오 기반 교육을 진행했는데, 단순 기능 숙지가 아니라 실제 업무 맥락에 맞춘 활용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단순한 기술 활용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며 다양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첫 번째 노력은 ‘더 쉬운 카톡 설명서’다. 발달장애인과 저시력자 등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를 고려해 텍스트 크기 확대, 명도 대비 조절, 손쉬운 터치 구조를 반영한 접근성 확인서를 제공했다. 이는 이용자가 불편 없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디지털 소외 계층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다른 시도는 ‘뉴스 알고리즘 설명서’다. 이용자들이 뉴스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서를 제작했으며, 외부 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객관성과 신뢰성을 강화했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 편의성을 넘어 정보의 투명성과 이용자 신뢰 확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카카오의 이러한 행보는 기업이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시대 시민의 알 권리와 접근권을 보장하며,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현장에서 불붙은 디지털 역량 강화 움직임
이 같은 사회 변화는 교육 현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초등학교 단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과 디지털 시민의식 수업이 확대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초, 클라우드 활용 교육이 교양 과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교사와 교수진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하면 학생들의 학습을 이끌 수 없게 되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 정책’에는 교원의 디지털 활용 능력 평가가 포함돼 있다. 이는 더 이상 특정 전공자만의 역량이 아니라 전 국민이 공유해야 하는 보편적 소양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배우면 더 좋은 것’이 아니라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평생 학습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미래
디지털 리터러시는 한 번 배우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기술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개인은 평생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역량을 갱신해야 한다. 직장에서 새로운 플랫폼이나 툴이 도입될 때마다 재학습이 필요하며, 이는 직무 적응력과 직결된다. 더 나아가 은퇴 후에도 디지털 리터러시는 생활의 기본기를 결정한다. 온라인 뱅킹, 모바일 의료 서비스, 전자정부 민원 처리 등 공공 서비스까지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생활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한다. 따라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직업적 능력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존 기술’이자 ‘평생 학습의 과제’로 남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