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 나무가 걸어가고 있어요 2

 

 

 

나무가 걸어가고 있어요 2

 

그 때, 아기다람쥐 뺨에서 도토리 한 알이 ‘툭’ 흘러나왔어요. 

 

“또르륵 또르륵”

 

“휴, 하마터먼 싹도 틔우지 못하고 다람쥐 밥이 될 뻔했어.” 

 

용하게 살아나온 도토리는 산들바람을 타고 굴러가다 산마루 옴푹 파인 곳에 멈추었지요. 도토리는 가랑잎에 숨어 다행히 동물들의 밥이 되는 것과 추위를 피할 수 있었어요. 

 

세상 모든 것들이 잠들 무렵이어요. 

별이 빛나고 바람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숲에 소곤소곤 속삭임이 들려오네요. 

우람한 도토리나무의 간절한 기도 소리예요. 

 

“도토리들이 자리를 잘 잡고, 뿌리를 튼튼히 내리게 해주세요.”

 

바람이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바람에 기도를 실어 멀리 더 멀리 보내주고 있어요. 

 

“휘이릭 휘이릭”

 

곧 추운 겨울이 온다고 세찬 바람이 입김을 불고 있어요. 

 

“후두뚝 후두뚝”

 

너럭바위 옆에 자리 잡은 우람한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들이 떨어지고 있어요. 

땅에 내려앉은 도토리들이 사방으로 구르고 있어요. 

 

“떼구르 떼구르”

 

떨어져 구르던 도토리 한 알이 소리쳤어요.

 

“난 아주 멀리까지 굴러갈 수 있어.”

 

 

도토리 한 알이 욕심을 부리며 산 밑으로 내려가다 그만 큰 바위 아래에 끼였어요. 

 

“아이쿠, 큰일 났네.” 

 

큰 바위 밑에는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추웠어요. 

 

큰 바위 아래에 끼인 도토리는 안간힘을 쓰며 하늘에 애원을 했어요.

 

“앞으론 욕심 안 부리고 착하게 살겠어요.”

 

도토리의 애원 소리가 바위의 마음을 녹이고 있어요. 

 

동서남북 사방으로 흩어져 굴러간 도토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또르르 떼구르르.”

 

떨어진 도토리들은 누가 멀리까지 굴러가나 내기를 하는 것 같아요. 구르다 멈춘 도토리들은 마른 흙과 낙엽 부스러기에 묻혀 싹이 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점점 날이 추워지자 산마루와 산비탈 여기저기서 다람쥐들은 경쟁하며 도토리를 찾아 달려가고 있어요. 

 

 “쪼르르 쪼르르.”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물고 달려가고 있어요. 

아기다람쥐도 함께 하겠다며 달려가고 있어요.

 

 

“쿵~, 아이쿠!”

 

아기다람쥐가 그만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어요.  

 

“에고, 조심해야지.”

 

엄마다람쥐는 아기다람쥐가 다치진 않았는지 살펴보았어요.

 

“엄마, 도토리를 흘렸어요.”

 

“괜찮아, 또 주우면 된단다.”

 

엄마다람쥐는 도토리보다 아기다람쥐를 응원해줬어요. 

 

떨어진 도토리들은 얼른 낙엽 부스러기 밑으로 몸을 숨겼어요. 

다람쥐들이 돌아가고 세찬바람이 불어오자 도토리나무들도 겨울 준비를 하고 있어요.

 

밤하늘 북극성이 밝게 빛나고 있어요. 

모든 것들이 잠잠해지고 찬바람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숲에 소곤소곤 기도하는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려오지요.

 

도토리나무들도 도토리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해와 달, 별과 바람에게 간절하게 빌었어요. 

 

“도토리들이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싹을 틔우게 해주세요.”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매서운 바람이 여러 차례 지나갔어요.  

 

산 아래에서부터 가장 먼저 살랑살랑 봄바람이 올라오고 있어요.

 

큰 바위틈에 끼여 돋아난 도토리 싹에게 봄바람이 인사를 해요.  

 

“잘 잤니?” 

 

“아이, 간지러워요. 봄바람님”

 

도토리 싹은 지난해 겨울 멧돼지가 코를 킁킁 거리며 먹이 찾아 땅을 파헤치며 지나갈 때 흙덩이가 날아와 겨우 싹을 틔울 수가 있었어요.  

 

“여기서 자라기 힘들 텐데.”

 

“바람님, 괜찮아요. 힘을 내서 열심히 뿌리를 내리겠어요.”

 

묵묵히 듣고 있던 큰 바위는 아기도토리나무가 걱정이 되어 깊은 생각에 빠졌어요. 

 

산마루 움푹 파인 곳에 떨어진 도토리는 캄캄한 씨앗 안에서 싹이 나게 해달라고 밤하늘에 간절히 빌었어요. 

 

쌓인 눈이 녹으며 두꺼운 껍질 사이로 여린 도토리 싹을 냈어요. 

봄바람이 여린 싹을 쓰다듬으며 인사를 하네요. 

 

“쓰담쓰담”

 

봄기운이 숲을 감돌자 촉촉하게 봄비가 내렸어요.

 

산마루에서 싹을 틔운 아기도토리나무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어요.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08.22 10:07 수정 2025.08.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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