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가 걸어가고 있어요 3
봄기운이 숲을 감돌자 촉촉하게 봄비가 내렸어요.
산마루에서 싹을 틔운 아기도토리나무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어요.
여기저기 파릇파릇 새싹 친구들이 보였어요.
낙엽 밑에 숨어있던 도토리와 지난 가을 다람쥐들이 숨겨놓았던 보금자리 근처 나뭇잎 더미 속 도토리에서 싹이 돋아나온 것인가 봐요.
산들바람이 불어오자 바람의 입김에 따라 새싹들이 이리저리 춤을 추어요.
나폴 나폴 노랑나비, 흰나비들이 따뜻한 온기를 품은 남쪽 산들바람을 타고 산으로 날아왔어요.
큰 바위 밑에 자리 잡은 아기도토리나무도 비가 오고난 뒤 신이 났어요.
‘햇빛을 많이 받아 빨리 클 거야.’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돌리며 죽을힘을 다해 싹들을 밀어 올렸어요.
큰 바위는 아기도토리나무가 조금씩 뿌리를 내릴 때마다 몸이 부서지는 걸 묵묵히 참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기도토리나무가 산새들과 얘기를 나누는 걸 가만히 지켜본 큰 바위는 아기도토리나무가 대견해 보였어요.
여름이 초록으로 짙어질수록 나무들은 바쁘게 숨을 몰아쉬며 일을 해야 해요. 알찬 열매를 얻으려면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숲속 동물들은 뜨거운 햇볕을 피해 무성한 큰 나무 그늘 밑으로 몰려오고 있어요.
산마루에서 올봄에 태어난 아기사슴도 껑충 거리며 나무 밑으로 햇볕을 피하러 달려오고 있어요.
“뚝~”
아기사슴이 그만 아기도토리나무를 뚝 밟고 지나갔어요.
“아~악~”
겨우 두 뼘 정도 자란 아기도토리나무의 허리가 꺾였어요.
갑자기 일어난 일에 모두들 어찌해야 할지 몰라 순간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어요.
가장 먼저 산까치 형이 날개를 파닥 파닥거리며 쫑알거려요.
“쯔~쯧, 자라긴 틀렸어.”
“그래그래, 크게 자라긴 다 틀렸어.”
산까치 형제들이 호들갑을 떨며 얘기를 했어요.
아기사슴은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하게 맺혀 미안한 마음으로 아기도토리나무를 바라보았어요.
“아니야, 난 다람쥐 입에서도 용하게 살아났어.”
아기도토리나무는 용기를 내어 소리쳤지만 마음 한쪽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라며 풀이 죽었어요.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초롱초롱 하나, 둘, 별이 빛나고 있어요.
살랑 살랑거리며 바람이 불어와 아기도토리나무를 쓰다듬어 주며 우람한 도토리나무의 기도를 들려주었어요.
“얘야, 정신 바짝 차리렴. 뿌리가 튼튼하면 잘 자랄 수 있단다.”
‘그래, 아직은 뿌리가 튼튼하니까 더 열심히 노력하는 거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오는 엄마나무의 소리에 아기도토리나무는 더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어요.
하루 -
이틀 -
사흘 -
여러 날이 지났어요.
아기도토리나무 마른 줄기 옆으로 더 튼튼한 줄기가 올라와 무럭무럭 커가기 시작했어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어요.
도토리나무들은 깍정이 모자를 눌러쓴 도토리들이 가득가득 달았어요.
시원한 가을바람이 나뭇가지사이를 지나가며 노래를 불렀어요.
“도토리가 가득 열렸어요.”
날아가던 산새들도 숲을 향해 노래를 하네요.
“도토리가 가득가득 열렸어요.”
가을바람과 새들의 노래를 듣고 동서남북 사방에서 배고픈 동물들이 모여들었어요.
모두들 지난 여름얘기를 하며 풍성한 가을 잔치를 즐기고 있어요.
“또르르 떼구르르.”
“또르르 떼구르르.”
떨어진 도토리들은 누가 누가 멀리까지 굴러가나 내기를 하는 것 같아요.
사방으로 구르다 멈춘 도토리들은 마른 흙과 낙엽 부스러기에 싸여 새로 태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산까치 형제는 동산을 날면서 늘어나는 숲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나무가 걸어가고 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