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누구와 먹을까 1
나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이름은 루미다.
사람들은 그냥 ‘삑삑거리는 철제 상자’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 건물 안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가장 많은 표정을 본다.
새벽엔 우유 상자를 든 배달부가, 아침엔 꾸벅꾸벅 졸며 출근하는 직장인이, 저녁엔 장바구니와 함께 피곤한 얼굴의 아주머니들이 내 안을 가득 채운다.
내 몸은 냄새를 기억한다.
치킨의 기름진 향, 피자의 매콤한 소스, 삼겹살의 달큰한 연기, 그리고 케이크의 달달한 크림 향기.
사람들이 먹는 것은 결국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방송은 매일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한다”
고 정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먹느냐라는 것을.
오늘도 문이 열린다.
그 속에서 또 다른 사랑의 냄새가 피어오른다.
저녁 8시, 치킨 냄새가 건물 전체를 감쌌다.
스포츠 중계가 있는 날이었다.
사람들은 응원 소리와 함께 치킨을 시켰고, 나 역시 기름진 향기에 취해버릴 정도였다.
3층 민재는 늘 친구들과 치킨을 시켰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가 현관까지 직접 내려가는 이유는 단순히 배달 때문이 아니었다.
옆집, 302호에 사는 소녀 수아 때문이었다.
수아는 늘 현관 앞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고 있었다.
민재는 치킨 상자를 들고 오가며, 몇 번이고 그녀를 흘끗거렸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치킨 봉투를 받는 손끝이 약간 떨렸고, 나는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수아는 눈을 들어 살짝 웃어 보였다.
“오늘도 치킨이네.”
민재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어… 응. 너도 치킨 좋아해?”
그 짧은 대화가 민재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수아는 책갈피를 꽂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난 닭다리 좋아하는데 맨날 날개만 와.”
민재는 그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손에 든 치킨 봉투를 꼭 쥐며 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엔 꼭 닭다리 남겨놔야겠다.’
그날 밤,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치킨 배달원이 실수로 301호와 302호의 치킨 봉투를 바꿔 놓은 것이다.
수아의 손에 들린 상자엔 민재가 시킨 양념치킨이, 민재의 손에는 수아가 시킨 간장치킨이 들어 있었다.
“어? 이거 우리 거 아닌데…”
두 사람은 동시에 말하며 서로의 손을 바라봤다.
순간, 그들의 손끝이 닿았다.
치킨 기름이 살짝 묻어 있었지만, 민재는 그 어떤 향수보다 진한 향기를 느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문을 천천히 닫았다.
치킨 한 봉투가 오가는 짧은 순간 속에서, 두 사람의 첫사랑이 막 시작되고 있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