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한미 정상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졌다. 그런데 국빈초청도 아니고 한미정상회담의 성격도 아니었다. 외교적 표현을 구태여 쓴다면 외교실무회담의 성격이 짙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외교는 갈 길 잃은 외로운 항해의 길로 접어들면서 국익 지키기 위한 전환점이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 외교는 그야말로 위기 국면이다. 최근 미국과의 고위급 외교 일정이 잇따라 무산되며, 외교 현장에서 “완전 찬밥”,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나왔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실질적인 소통 채널 확보에 실패하며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미 고위급 회담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은 단순한 일정 문제를 넘어, 미국 측의 명확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정책에서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리는 “운전석의 유일한 인물”로서, 그 의중이 한국 외교의 향방을 좌우하고 있다. 상무장관 러트닉 조차 자신은 “테이블을 준비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대통령 중심 외교의 현실을 인정했다.
이 와중에 구 부총리는 출국 직전 일방적인 미국 측 이메일 통보로 방미 일정을 취소했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채 귀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 계획마저 전격 취소되며, 미국 고위급 인사의 한국 방문이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한미 정상회담 일정조차 불투명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필리핀, 남아공 등과는 정상회담을 가진 반면, 한국에 대해선 단 한 차례의 공식 언급도 없다는 점에서 외교적 '홀대'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외교적 위기에는 정부의 인사 전략과 실용 외교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어왔다. “외교는 뽀록이 통하지 않는다”는 직설적인 지적처럼, 외교 현장에서 실력과 전략 없는 접근은 곧바로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특히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김종인 전 대표를 미국 특사로 내정하려 했던 시도는 외교적 판단력에 심각한 의문을 남겼다.
언론 역시 이번 외교 난맥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무례하다”, “몽니를 부린다”등의 험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협상 국면에서 국익을 해치는 방향으로 여론을 선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 경제 전문가는 “기자들 때문에 한국은 이미 협상에서 졌다”고 말할 정도다.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 측을 자극하는 표현을 남발하는 것은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상대의 강경한 입장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기능은 권력 감시와 정보 전달이다. 그러나 국가 외교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국면에서조차 비판 일변도의 보도와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태도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언론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익과 연결된 사안에서는 균형 감각과 공공 책임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한편 이러한 난맥상의 외교 수난시대에 결국 최종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게되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타결 이후 백악관에서 이 재명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실무회담 성격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금 한국 외교는 '실용 외교'가 실종된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이익과 전략의 기술이다. 동맹이란 관계 속에서도 눈치와 실력이 필요하며, 감정적 대응은 자주국방보다 위험하다. 현재의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 외교가 다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내부에서부터 국익을 고려하는 언론의 성찰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