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 일상에서, 멈춤은 사치가 아니라 회복의 기술이다. 제4회 CANVAS 아트전은 ‘쉼의 온도’라는 명확한 키워드로 이 회복의 감각을 불러낸다. 총괄 김진수 작가와 37인의 공동 전시는 기술을 과시하지 않고, 인간의 정서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로 관람 동선을 차분히 정리했다. 눈길을 단숨에 잡아끄는 화려함보다,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하는 잔향—그 여운으로 관람객의 속도를 낮춘다.
이번 전시는 감성 회화와 디지털 일러스트를 중심에 두고, 작가 고유의 감성과 관점을 캔버스에 응축해 보여준다. 화면을 빠르게 훑는 감상 대신, 작품 앞에 서서 미세한 변화를 ‘읽어내는’ 시간이 권유된다. 텍스처의 농담과 붓결의 층위, 명도·채도의 세밀한 그라데이션, 반사광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번짐까지—형식보다 감각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선택들이다. 작품들은 소란스럽지 않다. 그러나 오래 볼수록 색면의 리듬과 빛의 호흡이 드러나며, 관람객은 자연스레 자신의 내적 속도를 조정하게 된다.
김진수 작가의 큐레이션 철학은 간결하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사랑·치유·쉼·행복 같은 오래된 단어는 여전히 유효하고, 예술은 그 단어들에 온도를 부여하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작품들은 기술적 설명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감성이 남긴 흔적과 색의 균형, 장면 사이의 간격 같은 ‘감성의 장치’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과적으로 전시장은 과장된 스펙터클 대신 잔잔한 힐링의 공기가 퍼지는 공간으로 완성된다.
하이라이트는 8월 30일(토) 13:00–16:00 열리는 비전공유회다. 참여 작가들이 제작 과정에서의 선택과 수정의 기록, 감정의 층위를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 등을 공개한다. 같은 날 공개되는 동명 아트북 『쉼의 온도』는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수록했다. 작품마다 짧은 소개 문구를 붙였고, 참여 작가 프로필을 함께 실었다. 관람 이후에도 독자가 각자의 속도로 감상을 이어가도록 한 편집 구성이 특징이다.
디지털 과잉과 피로의 시대에 ‘쉼’은 도피가 아니라 감각의 재정렬이다. 이번 전시는 거창한 결론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의 하루는 어떤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가”, “지금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인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건넨다. 답은 개인의 몫이지만, 전시장에 흐르는 느린 호흡이 그 답으로 향하는 첫 단서가 된다.

[관람 정보(Information)]
- 행사명: 제4회 CANVAS 아트전 ‘쉼의 온도’
- 주제: 쉼의 감정과 온도를 기록하는 디지털·아날로그 융합 전시
- 기간/장소: 서울 종로구 돈화문갤러리
- 주요 프로그램: 8월 30일(금) 13:00~16:00 비전공유회
- 참여: 총괄 김진수 작가 외 37인
- 출간: 아트북 『쉼의 온도』 동시 공개
- 관람 안내: 무료 관람
과속의 일상에서 잠깐의 멈춤은 사치가 아니다. 이 전시는 그 사실을 미학으로 증명한다. 화려함이 잔잔히 스며드는 공간, 그 안에서 관객은 자신만의 ‘쉼의 온도’를 재측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