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인턴도 드물어요.” 실리콘밸리의 한 반도체 장비 기업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청년 고용 흐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입사한 사람조차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체감이 아닌, 실증적 데이터로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특히 20대 초반 고용률이 급감하는 현상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미국의 대표적 급여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ADP의 수백만 명 고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월별 고용 흐름을 분석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AI 활용도가 높은 분야,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고객 상담 직무에서 22~25세 고용이 평균 13% 줄어들었다. 개발자만 놓고 보면, 초년층 고용이 무려 20% 가까이 급감했다. 같은 직무의 30대 이상은 오히려 6~12% 증가하거나 안정세를 유지한 것과 대조된다.
반면, AI 영향이 비교적 적은 현장 직무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생산라인 감독자, 물류·재고 관리자, 의료보조원 등에서는 청년 고용이 되려 증가했다. 이는 AI가 분석과 코드 등 '매뉴얼화된 능력'은 빠르게 대체하지만, 경험과 직관이 필요한 ‘암묵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임을 시사한다.
이 같은 양극화는 단지 현재의 고용 통계에 그치지 않는다. 신입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내 역동성이 약화되고 중장기 성장 경로가 끊긴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연구진은 “신입 고용의 감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향후 시니어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잃는 것”이라며, 기업이 멘토링과 온보딩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도 작년 'AI와 일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AI에 노출돼 있다”며 경고했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60%가 AI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은 부정적 결과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내 IT 업계에서도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B2B 회계 솔루션 기업 웹케시그룹은 단순 개발 업무를 AI로 전환하며 올해 신규 개발자 채용을 중단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표 플랫폼 기업도 신입 채용 규모를 축소하거나, 30세 미만의 입사자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AI 전환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무도 창출된다”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100만 개 일자리가 생기고 9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사회적 구조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AI와의 협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고용 모델 개발과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대체냐, 유지냐’가 아닌, 공존의 해법’이다.

AI는 혁신이자 도전이다. 청년들이 고용 시장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확산될 경우,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AI 도입이 고용을 위협하는 시대에서, ‘신입의 성장 경로’를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술 진보의 완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