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연합뉴스] 윤교원 기자 =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保定市)가 ‘컨베이어 벨트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도시는 현재 중국 전체 컨베이어 벨트 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연간 2억 미터가 넘는 벨트를 시장에 공급한다. 200개가 넘는 기업이 집적된 산업 클러스터로서, 바오딩은 단순한 지방 제조 거점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바오딩의 경쟁력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역사적 기반이다. 1950년대 국영 고무공장 설립을 출발점으로 반세기 이상 축적된 기술과 생산 경험은 견고한 산업 토대를 형성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민영기업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생산 효율성과 제품 다양성이 동시에 확보됐다.
둘째, 지리적 이점이다. 천연·합성 고무의 공급망과 인접하고, 북중국 광산·발전소·항만 등 주요 수요처와 가까우며, 베이징·톈진과 연결된 교통망은 물류 효율성을 높인다. 이는 원가 경쟁력 확보로 직결된다.
셋째, 산업 클러스터 효과다. 원료 공급부터 제조·가공·유통에 이르는 수직적 통합과, 제품군별 전문화를 통한 수평적 분화가 동시에 이뤄져 있다. 여기에 숙련 노동력과 기술 지식의 공유는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현재 바오딩에서 생산되는 컨베이어 벨트의 40% 이상은 해외로 수출된다.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서 바오딩산 벨트는 유럽 제품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저가 전략만으로는 글로벌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최근 바오딩 기업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과 품질 신뢰성 제고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특히, ISO9001, CE 등 국제 인증을 기반으로 한 품질 관리 체계와 자동화 설비 투자는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평가를 넘어, 점차 ‘신뢰 가능한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바오딩 산업이 직면한 과제도 분명하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생산 공정 전환, 고급 연구 인재 확보를 통한 R&D 역량 강화, 그리고 자동화·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또한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은 바오딩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 개척 기회를 제공한다. 동남아·아프리카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컨베이어 벨트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 바오딩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바오딩의 산업 역량이 이제 한국과도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바오딩 삼엽(保定三叶橡胶机带制造有限公司)이 한국의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를 국내 공식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로써 바오딩산 벨트가 한국의 제철, 시멘트, 물류, 자동화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국의 원가 경쟁력과 한국 파트너사의 네트워크가 결합될 경우, 이는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한국 벨트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점에서, 바오딩의 사례는 산업 클러스터 기반 제조업이 어떻게 국가 간 협력으로 확장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바오딩은 단순한 ‘저가 제조 기지’가 아니다. 역사적 기반, 지리적 이점, 클러스터 효과 위에 구축된 이 도시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적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의 파동은 한국 산업 현장에도 닿기 시작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