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누구와 먹을까 4
밤이 깊어가면, 늘 같은 냄새가 내 안에 스며들었다.
마늘과 간장, 향신료가 어우러진 묵직한 냄새.
15층 지훈이 시켜 먹는 족발이었다.
그는 늘 혼자였다.
소주 한 병과 족발 한 접시.
엎드린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피곤함, 그리고 눈가에 지워지지 않는 외로움.
나는 매일 같은 패턴을 기록하며, 그의 삶이 늘 그 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익은 냄새가 조금 달라졌다.
족발 상자에 함께 담긴 따뜻한 국물 냄새, 그리고 얇게 썬 무김치.
상자를 들고 탄 지훈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족발 가게의 사장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그 주인이 바로… 지훈의 옛 연인, 수현이었다.
며칠 후, 지훈은 다시 족발 상자를 들고 내 안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엔 상자가 열려 있었고, 안에는 작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예전처럼 많이 먹지 말고, 천천히 씹어 먹어요. – 수현”
지훈은 그 쪽지를 읽으며 오래도록 서 있었다.
내 안은 아무 소리도 없었지만, 그의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그 떨림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다시 마주했다.
족발 가게 테이블 위, 뜨겁게 김이 오르는 접시 사이에서.
“오랜만이네.”
“그러게. 이렇게 다시 볼 줄은 몰랐어.”
말은 서툴렀지만, 씹는 족발처럼 그들의 대화는 천천히, 그러나 깊게 이어졌다.
한때는 질기게만 느껴졌던 관계가, 오래 씹으니 고소하고 따뜻한 맛으로 되살아나는 듯했다.
나는 그날 밤을 오래도록 기억했다.
내 안을 채운 냄새는 여전히 족발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달랐다.
외로움의 냄새가 아닌, 다시 시작하는 사랑의 냄새였다.
사람들은 매일 방송이 정해주는 음식을 먹는다.
오늘은 치킨, 내일은 케이크, 모레는 가지, 그리고 언젠가는 족발까지.
하지만 나는 안다.
아무리 방송이 식탁을 정한다 해도, 사랑만큼은 정해줄 수 없다는 것을.
치킨은 첫사랑의 설레는 심장 소리를 불러왔고,
케이크는 신혼의 달콤한 추억을 쌓아 올렸으며,
피자는 외로운 마음을 나누게 했고,
가지는 오래된 부부의 정을 지켜냈다.
커피는 잃어버린 그리움을 담았고,
족발은 다시 이어진 인연을 되살렸다.
나는 오늘도 문을 열고 닫는다.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짧은 순간마다, 사랑의 냄새가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나는 기록한다.
내 이름은 루미.
나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사랑의 증인이자, 가장 오래된 일기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