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그리운 건 일일까, 익숙함일까?” – 감정의 실체 파헤치기
"퇴사했는데… 그 회사가 자꾸 떠오른다."
한때 벗어나고 싶던 공간이 어느 순간부터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스트레스, 새로운 직장에서의 어색함, 혹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공백 속에서 갑자기 밀려오는 익숙함에 대한 그리움. 이때 우리는 문득 생각한다. "내가 정말 잘한 선택이었을까?" 그리고 조용히 스마트폰을 열어 과거 직장의 채용공고를 확인한다.
재입사를 고민하는 마음은 나약함이나 실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안정’과 ‘소속감’이라는 심리 구조의 표현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정말 그 일을 그리워하는가, 아니면 그 일을 하던 ‘나’를 그리워하는가?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억된 자기(self in memory)’라고 부른다. 과거 특정 시기의 자신을 회상할 때, 그때의 자신을 이상화하거나 과장되게 기억하는 경향이다.
재입사 욕망은 어쩌면 그 시절 자신이 가졌던 '정체성', '역할', '안정감'을 되찾고 싶은 욕구일 수 있다. 즉, 그리운 것은 일이 아니라, 그 일과 함께한 '나'일 수도 있다.
2. 심리학으로 본 퇴사 후 후회: 안정 욕구와 정체성의 충돌
퇴사란 개인의 삶에 큰 전환점을 남긴다.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을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5년, 10년을 한 직장에서 보낸 후에 퇴사를 선택한다. 이런 사람에게 퇴사는 곧 '자아의 붕괴'에 가까운 사건이 될 수 있다.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인간의 기본 욕구 5단계 중 하나로 ‘안정감(safety)’을 꼽았다. 직장은 바로 이 안정감을 충족시키는 핵심 요소다. 매월 고정된 수입, 출퇴근이라는 루틴, 소속된 팀원들과의 관계는 모두 뇌가 ‘예측 가능한 세상’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장치다.
그러나 퇴사는 이 안정 장치를 한 번에 끊는다. 특히 ‘계획 없는 퇴사’나 ‘충동적인 퇴사’는 강한 공황과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사회적 정체성’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회사 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사회적 위치를 정의한다. 이 정체성이 사라질 때, 자신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허탈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 결과, 무의식적으로 “다시 돌아가면 해결될까?”라는 생각이 싹튼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사 후 6개월 이내 재입사를 고려해본 적 있다는 사람은 전체의 47%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심리적 기제’에 가깝다.
3. 재입사 욕망의 그림자: 자존감, 후회, 사회적 시선
퇴사 직후에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를 불안과 자책, 그리고 후회가 채운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말 한마디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그 회사 나왔다는 얘기 들었어. 왜 그랬어?”
“요즘 뭐해? 다음 회사는 정했어?”
이런 질문은 퇴사한 사람의 자존감에 직격탄을 날린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을수록 타인의 시선은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러한 압박은 곧 '되돌아가고 싶다'는 감정을 정당화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심해야 할 심리적 함정이 있다. ‘후회’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기억을 왜곡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선택 후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이 대표적이다. 퇴사라는 큰 결정을 내린 후,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증거를 찾기 시작하면, 뇌는 과거를 이상화하거나 현재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내리는 재입사 결정은 종종 ‘현실 회피’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자존감이다. 재입사를 진지하게 고민할수록 "나는 실패한 걸까?"라는 자책이 스며들기 쉽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자신을 책망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과정도 하나의 ‘배움’으로 인정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4. 돌아간다고 해결될까? 욕망 뒤에 숨은 선택의 기술
중요한 건 재입사 자체가 정답이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회복’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그러나 이 욕망이 단지 불안 회피의 수단이라면, 결과는 반복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정말 ‘그 회사’가 그립나, 아니면 안정적인 환경이 필요한가?
그때의 업무가 좋아서였나, 아니면 단지 익숙했기 때문인가?
현재의 내가 직면한 문제를 돌아가면 해결할 수 있는가?
재입사를 고려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회사만 바뀌면 해결될 거야'라는 단순화된 사고다. 그러나 많은 경우,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대처 방식’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사건보다 사건에 대한 해석이 감정을 만든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를 다시 간다 해도, 이전의 대인관계 갈등, 성과 압박, 반복되는 피로감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재입사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의 나를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기 이해 없이 내린 선택은 반복적인 후회를 낳는다. ‘돌아감’이 아닌 ‘전진’을 위한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리는 감정과 욕망의 이면을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생각을 자극하는 결론: 당신이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재입사’는 나약함도, 실패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런 질문도 없이 선택해선 안 되는 길이다.
우리가 선택을 후회하는 이유는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선택을 통해 무엇을 배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는 것도 괜찮다. 다만 그 이전에 지금의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속에 감춰진 심리적 기제를 이해해야 한다. 재입사 욕망은 불안의 표현일 수도, 회복의 신호일 수도, 정체성 혼란의 흔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멈춰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진짜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재입사 여부를 고민 중이라면, 감정 일기를 작성해 보자. 7일 동안 ‘재입사 생각이 들 때의 감정과 상황’을 기록하면, 의사결정의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